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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토 니시진오리의 문화사: 일본 전통공예 직물업의 세계
문옥표 |
가격: 38,000원
쪽수: 356
발행년/월/일: 2016.07.15
크기: 152×224
ISBN: 978-89-337-0715-9 93330
머리말

들어가며
1. 일본 문화 속의 교토와 니시진 | 2. 니시진에서의 현지조사 | 3. 책의 구성

제1부 니시진오리의 역사와 기모노의 세계

제1장_ 니시진오리의 역사: 끊임없이 새로이 만들어지는 전통
1. 교토와 니시진의 직조사 | 2. 19세기 말, 20세기 초 니시진의 모습 | 3.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니시진의 변화

제2장_ 기모노의 변천과 니시진
1. 기모노의 역사 | 2. 복식의 변화와 니시진 | 3. 현대 일본인의 생활 속의 기모노

제2부 니시진오리의 생산과 유통 구조

제3장_ 전통직물 산업의 가내공업과 분업체계
1. 가내공업과 분업의 기본구조 | 2. 제직업자의 역할 | 3. 제직업자와 직조공의 관계 | 4. 니시진오리의 전통적 유통구조

제4장_ 니시진 제직업자의 다양한 유형
1. ‘주식회사 오리히코’의 사례 | 2. ‘야마시타 오리모노’의 사례 | 3. ‘가와시마 오리모노’의 사례 | 4. ‘가쓰라 기업점’의 사례 | 5. ‘오비야 스테마쓰’의 사례 | 6. ‘주식회사 호소오’의 사례 | 7. 재일동포 직물업자 Y씨의 사례 | 8. 재일동포 직물업자 O씨의 사례 | 9. 니시진 직물업자의 다양성

제5장_ 직조공과 하청장인의 세계
1. 직조공 사례 연구 | 2. 하청장인 사례 연구 | 3. 직조도구 및 부품의 지속성 문제

제6장_ 니시진 도매상의 역할과 권력
1. 매계상과 직물제조업자 및 도매상의 관계 | 2. 니시진 매계상의 역할 변화 | 3. ‘주식회사 하세가와’의 사례

제3부 니시진오리의 현황과 전망

제7장_ 통계로 본 니시진의 직물업
1. 규모별 기업 수의 변화 | 2. 분업 생산양식의 변화 | 3. 유통 및 판매 구조의 변화

제8장_ 니시진 지역사회의 변용
1. ‘지역’으로서의 니시진 | 2. ‘생활양식’으로서의 니시진 | 3. ‘니시진 마을’의 이미지 | 4. 니시진 지역생활의 변화

제9장_ 전통산업의 활성화, 지역의 활성화
1. 정부 및 지방자치단체의 지원 | 2. 지역 중심의 활성화 운동 | 3. 직물산업 종사자들의 노력

마무리: 사라져 가는 세계, 니시진

용어해설
참고문헌
찾아보기
2017 대한민국학술원 우수학술도서

니시진오리(西陣織)는 교토 니시진에서 생산되는 최고급 전통 견직물을 가리키는 말이다. 일본문화의 색채가 강한 디자인과 정교한 기술로 인해 니시진오리는 일본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잘 알려진 직물이자 전통공예품이다.

지은이는 니시진 지역을 중심으로 수백 년간 니시진오리를 생산․유통해온 사람들의 삶과 일의 세계를 살펴보고, 급변하는 현대사회에서 전통공예 기술과 그 가치를 보존하고 활성화하려는 일본인들의 다양한 노력을 현지조사와 문헌․사진 자료, 심층면담, 통계자료 등을 통해 인류학적으로 읽어냈다.


지은이 소개

문옥표
한국학중앙연구원 명예교수. 서울대학교 인류학과를 졸업하고 영국 옥스퍼드 대학교 인류학과에서 석·박사학위를 취득하였다. 저서로 From Paddy Field to Ski Slope: The Revitalisation of Tradition in Japanese Village Life (1989), 『한국인의 소비와 여가생활』(공저, 1997, 2012), 『동아시아 문화전통과 한국사회』(공저, 2001), 『신여성: 한국과 일본의 근대 여성상』(공저, 2003), 『조선양반의 생활세계』(공저, 2004), 『해외한인의 민족관계』(공저, 2006), 『우리 안의 외국 문화』(공저, 2006), Japanese Tourism and Travel Culture (edited with Guichard-Anguis, 2009) 등이, 역서로 『문화의 해석』(1998, 2009), 『증보사례편람 역주본』(공역, 2014) 등이 있다.
책 속으로

종래 인류학에서 이루어진 일본 연구의 맥락에서 본다면 여기서 시도하는 것은 도시의 한 전통적 지방산업에 종사해 온 특정 직업집단의 삶의 양식과 일의 의미에 대한 연구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것은 도시인류학적 연구라 할 수 있겠으나 여기서 보다 중점을 둔 것은 전통공예 직물업의 세계와 그 변화이다. 즉 일본 문화의 중요한 부분을 차지해 온 소중한 유산임은 분명하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점차 사라져 가는, 결코 과거와 같은 영광을 회복하는 것이 불가능해 보이는 한 세계를 통하여 일본 특유의 기술과 문화의 관계를 살펴보는 작업이기도 하다.          -6쪽

니시진오리가 ‘전통공예품’으로 이해되는 가장 큰 이유는 그 생산방식에서 찾을 수 있다. 일부 공정이 기계화되었으나 니시진오리의 생산과정은 산업화된 대량생산체계가 아니다. 여전히 전통적인 방식으로 개별 공정이 독립된 영세 가내공장에서 훈련받은 장인들에 의해 분업체계가 유지되고 있으므로 니시진오리는 다양한 신기술 도입에도 불구하고 전통산업이라 할 수 있다. 가내공업에 기반을 둔 생산체계는 일본의 이에(家)제도를 특징짓는 가업(家業) 및 가독상속(家督相續) 관념과 더불어 니시진의 직물업을 지탱해 온 힘이다. 하지만 최근에는 심각한 후계자 확보 문제에 부닥쳐 그 지속성이 위협받고 있다.         -221쪽

니시진 직물업은 ‘인맥산업’이라 할 만큼 사람들 간의 연계 확보가 장사를 가능하게 해주는 중요한 힘이다. 기모노업계는 다른 업종과 달리 오래된 상습관이 많이 남아 있기 때문에 더욱 그러하다고 한다. 예를 들어 계약 없이 상품을 위탁 판매하거나, 현금이 아닌 어음으로 지불하거나, 할인을 강요하는 등의 관행은 니시진의 좋지 않은 상습관으로서 개혁의 대상으로 많이 언급된다. 그러나 하세가와 씨의 견해에 따르면 그런 것들은 모두 신용을 바탕으로 이루어진다. 서면 계약을 하고 인장을 찍는 것이 옳은 방법일지도 모르지만 ‘저 사람이라면 틀림없다’, ‘물건을 팔면 지불해 줄 것이다’라는 서로 간의 믿음이 있기에 이러한 관행이 지금까지 이어졌다고 본다.          -221쪽

“니시진은 재미있는 곳입니다. 직물제조업자들이 모임이 있다 합시다. 그러면 누가 말하지 않아도 각자 알아서 자신의 자리에 앉습니다. ‘자리에 이름이 써 있지도 않은데 어떻게 모두들 자기 자리를 압니까?’라고 도쿄에서 전근 온 큰 은행의 지점장이 놀라워했지요. 근래 들어 얼마간 돈을 벌었다 해서 상석에 앉으려 하면 당장 소동이 일어납니다.”          -262쪽

일터와 가정이 공존한 가내공업의 세계는 직물업과 함께 태어나 성장하고 늙어 가는 삶의 전반에 걸친 관계성을 구성하는 핵심요소였다. 산지도매상 하세가와 씨의 진술처럼 어릴 적 친구들이 함께 자라서 동종 업계의 거래처로, 사장으로, 종업원으로, 하청업자로 관계를 지속할 뿐 아니라 가업을 계승하므로 대를 이어 관계가 지속되어 온 까닭에 전통산업 지역 특유의 생활양식, 행동양식, 정체성이 깊이 뿌리 내릴 수 있었다.          -262쪽

니시진오리의 분업적 생산구조 덕택에 현재와 같이 수요가 지속적으로 감소하는 상황에서도 일부 제조업자, 유통업자들은 살아남아 영업을 계속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것은 거래하는 하청장인들의 수를 줄이고, 그들의 일거리를 줄이는 방식으로써만 가능하다. 반면 특정 개별 공정을 담당한 분업체계 말단에 위치한 하청 가내공업자들은 일거리가 감소하면 생업으로 일을 계속하기가 불가능해져 결국 폐업할 수밖에 없다.         -320쪽



책 소개

헤이안 시대가 시작된 서기 794년부터 1869년 도쿄로 천도하기까지 천 년 이상 수도였던 교토는 일본 전통문화의 산실이자 살아 있는 박물관 같은 장소이다. 문화유적이 풍부하여 세계적인 관광지일 뿐만 아니라 각종 전통공예의 생산․향유지로서 뿌리 깊은 역사를 지니고 있다.

그중 교토시 북서쪽에 있는 니시진(西陣) 지역은 예로부터 직물 생산지로 이름 높았던 곳이다. 이곳에서 생산되는 비단은 니시진오리(西陣織)라는 명칭으로 불리어 왔다. 염색한 비단실로 문양을 넣어 직조하는 니시진오리는 주로 기모노와 오비, 전통예능인 노와 가부키의 무대의상, 승려나 신관의 예복 등에 널리 사용되어 왔다. 니시진오리는 고도의 직조 기술을 바탕으로 독특한 일본적 감각의 디자인을 선보여 전 세계적으로 최고급 전통공예 직물로 인정받고 있다.

『교토 니시진오리의 문화사』는 니시진 지역을 중심으로 수백 년간 니시진오리를 생산․유통해온 사람들의 삶과 일의 세계를 살펴보고, 급변하는 현대사회에서 전통공예 기술과 그 가치를 보존하고 활성화하려는 일본인들의 다양한 노력을 현지조사와 문헌․사진 자료, 심층면담, 통계자료 등을 통해 인류학적으로 읽어낸 저서이다.

일본 전통공예 직물업의 어제와 오늘, 그리고 쇠락
전통적 생산․유통 체계와 세계관이 맞닥뜨린 소멸의 운명

황실과 귀족 계급의 사치재로 시작된 니시진오리는 에도 시대로 접어들며 무사 계급에까지 확대되었다. 또한 각종 전통예능 종사자와 게이샤, 수많은 신사(神社)와 불사(佛寺) 등이 수요층으로 부상하면서 니시진의 직물업은 지방산업으로서 입지를 굳히게 되었다. 19세기에는 유럽 직물에 맞서고자 유럽의 기계화된 직조기술을 들여와 새로운 돌파구를 만들어 내기도 했다. 20세기에 두 차례의 세계대전을 겪는 동안 생산 기반이 크게 흔들리고 생활양식의 서구화로 수요층에 변화가 일었지만, 전후 고도경제성장기를 맞이하며 직물 수요 증대, 기모노의 패션화․다양화 경향에 힘입어 1990년대 초까지 니시진의 직물업은 최고의 전성기를 누렸다. 니시진의 직물업은 소규모 가내생산 방식으로 꾸려졌기 때문에 자연스레 니시진에는 직물업 종사자들의 생활 공동체가 형성되어 왔다.

그러나 2000년대에 접어든 지금 일본 경제의 장기 침체, 생활양식과 취향의 변화, 인구 감소 등으로 인해 전통의상 수요가 감소하면서 니시진오리의 시장도 크게 줄어들었다. 해외에서 판로를 찾거나 지역 민관 단체들에서 활성화 운동을 벌이기도 하지만 과거와 달리 니시진오리의 수요가 늘어날 기미는 보이지 않는다. 지은이는 그 이유를 몇 가지 제시한다.

첫째는 전통의상의 의례복화이다. 기모노를 입는 수많은 방법과 격식이 메이지기 이후에 탄생했다. 정교한 착용 규칙은 어느 정도 기모노 시장 확대에 기여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오히려 일반인들이 기모노에서 멀어지는 결과를 낳았다. ‘전통공예품’으로서 천정부지로 치솟은 가격도 한몫했다.

둘째는 전통적인 생산․유통 체계로 인한 한계이다. 니시진오리 직조 공정은 세분화된 분업화 방식을 따랐다. 각 공정을 담당한 이들은 고도의 기술과 장인정신을 가지고 각자 맡은 작업을 충실히 수행했다. 이렇게 세분화, 분업화된 공정은 니시진에만 있는 독특한 존재인 매계상(買繼商)이 총괄하여 진행했다. 이들은 직물제조업자로서 직물을 기획하고, 자금을 조달해 직조공과 하청 장인들에게 직물을 제작하게 하고, 다른 도․소매상에 완성품을 판매하는 역할을 해왔다. 매계상은 니시진오리 제직의 철저한 분업화와 전문화가 유지되는 데 중요한 역할을 담당했다.

전통적으로 니시진에서는 각 공정을 담당한 장인들과 매계상들이 각자의 자리에서 유기적으로 움직이며 전체 직조 과정이 진행되었고, 이들은 서로 작업 완성도를 평가하고 인정하는 신뢰 공동체를 형성했다. 이는 소규모 가내공업 체제와 장기간에 걸친 도제식 훈련이라는 두 핵심 제도를 바탕으로 유지․발전되었다.

그러나 현재 니시진 직물업은 전통적 생산․유통 체계를 바꾼다면 니시진오리의 정체성이 약화되고, 전통적 체계를 유지한다면 점차 사그라들어 명맥마저 위태로워질지도 모르는 딜레마에 빠져 있다. 불경기가 지속되는 가운데 시장은 점점 더 축소되어 가고 있다. 일거리가 줄어들어 소규모 가내공업자들은 폐업하고 있고 그나마 존속한 곳도 후계자가 없는 곳이 대부분이다. 전통적 도제제도는 제2차 세계대전 이후 고용관행 개혁과 노동법 확립 등으로 사라진 지 오래이다. 그렇다고 해서 산업화의 길을 걷는다면 그렇게 생산한 제품은 ‘니시진오리’가 아닌 것이 되고 만다.

무엇보다 니시진오리를 만들어낸 원동력인 장인 정신, 즉 ‘쇼쿠닌 문화’가 사라지고 있다. 그것은 니시진오리가 자랑하는 고유성과 풍부함을 생산할 능력이 소멸됨을 의미한다. 나아가 니시진오리를 중심으로 니시진 사람들이 엮어낸 삶의 정수, 일의 정수가 사라지고 있음을 의미한다.

니시진오리 직조 공정과 유통체계에 대한 세밀한 묘사
현직 종사자들의 인터뷰와 이차 문헌을 통해 보는 일본 장인들의 삶

과거에 니시진오리 직조 공정의 분업화는 대단히 세분화되어 있었다. 예를 들어 도안을 그리는 사람, 도안을 모눈종이에 옮기는 사람, 디자인에 맞게 실이 지나가도록 구멍을 뚫는 사람이 나뉘었고, 원사를 구입하는 사람, 실을 꼬는 사람, 실을 정련하는 사람, 실을 염색하는 사람이 각기 존재했다. 제직 과정에 들어가서도 직기를 준비하는 사람과 직물을 짜는 사람이 있고, 직물이 완성되면 산지도매상과 중간도매상을 거쳐 전국의 소매상으로 배급되었다. 실제로는 대단히 복잡한 이 과정을 지은이는 도표와 사진 자료를 사용해 이해하기 쉽도록 정리했다.

교토는 일본에서도 가장 배타적인 지역으로 알려져 있다. 교토 사람들은 자신들의 문화에 자부심이 강하고 타 지역 출신자들에게 냉담한 특성을 지녔다고 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외국인이 전통공예 문화를 조사하는 것은 대단히 어려운 작업이었다. 지은이는 대학교 때 인연을 맺은 중견 직물제조업체 사장 부부의 도움으로 라포(rapport)를 형성해 나갈 수 있었다. 우여곡절을 겪으며 1년간 현지조사를 진행한 끝에 유수한 제직기업부터 소규모․개인 직조공과 다양한 공정의 하청장인들, 도매상들, 니시진 활성화 운동에 동참한 시민 등을 직접 만나 현장을 관찰하고 그들의 삶을 경청했다. 이차 문헌인 구술자료를 통해서는 20세기 초 니시진 사람들의 삶을 살펴보았다. 특히 일제강점기에 교토로 건너가 니시진 직물업계에서 살아남기 위해 사력을 다한 조선인들의 이야기는 우리에게 역사적 아픔을 되새기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