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ㆍ11사건 직후 미국은 ‘모든 불량국가’에 대한 보복전쟁을 선언하고 ‘야만’에 대한 ‘문명’의 ‘무한한 정의’를 실현할 ‘십자군’의 결성, ‘악의 축’에 대한 전쟁을 호소하면서 이라크전쟁을 일으켰다. 지은이는 이러한 흐름을 살피면서, 이전에도 미국은 수많은 전쟁과 공습을 감행했지만 이라크전쟁이 도화선이 되어 미국의 제국주의적 욕망이 드디어 어두운 실체를 드러낸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리고 이러한 미국의 논리를 선진국과 후진국을 가리지 않고 세계 거의 대부분의 나라에서 별다른 저항 없이 받아들인 것은, ‘문명화의 사명’으로 추진되었던 식민지주의의 재현, 즉 제국주의시대로의 회귀를 의미하는 것으로 보았다. 다만 여기서 말하는 문명화와 식민지의 대상은 이제 특정 국가가 아닌, 세계 각 나라의 내부에 존재하는 빈곤한 지역, 즉 주변부로 바뀌었을 뿐이다.
지은이가 말하는 식민지주의의 재현, 즉 제국주의시대로의 회귀는 다음과 같은 모습으로 구체화된다. 즉 세계 각국의 대도시와 고층빌딩들이 자리 잡고 있는 중심부는 글로벌화되어 서로 긴밀하게 연결되어 세계적인 자본주의시장으로 성장하고 있지만, 각 나라의 빈곤한 지역과 빈곤한 주민들은 중심부의 자본주의적 개발에 밀려 점점 더 밖으로 밀려나고 있으며 그 주민들은 빈곤해진다. 식민지주의시대의 세계가 식민자와 피식민자, 지배계급과 피지배계급으로 양극화되었던 것처럼 이제 세계는 중심부와 주변부로 양극화되고 있으며, 글로벌화라는 흐름과 함께 점점 더 심각해질 것이라고 경고한다. 나아가 이러한 문명과 야만, 중심부와 주변부, 착취와 피착취, 지배와 피지배라는 이분법적 구도가 점점 더 강화되고 있는 지금, 그동안 글로벌화라는 이름으로 은폐되어 있었던 새로운 식민지주의의 참모습을 밝히고 그러한 식민지주의를 극복하기 위한 방안을 제시한다.
이 책에는 2001년 9월 11일 이후에 쓴, 식민지주의를 대상화는 시도를 포함한 글이 여덟 편 수록되어 있다. 일본에서 2006년 8월 15일에 초판이 출간된 직후인 9월 20일에는 한양대학교 비교역사문화연구소(소장 : 임지현 교수)에서 주최한 “지구화는 ‘신’식민주의다 : 지구화시대의 신식민주의를 묻는다”라는 제목의 니시카와 나가오 선생의 강연회가 열렸다. 원서가 출간되고 강연회가 열린 지 3년여 만에 우리말로 출간되는 이 책에서 지은이가, ‘지구화, 세계화’가 아닌 ‘글로벌화, 글로벌리제이션’을, ‘식민주의’가 아닌 ‘식민지주의’를 사용한 이유에 대해서는 이 책을 세심하게 읽어보면 알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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