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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흐메드 알리: 오스만 제국의 지방 총독에서 이집트의 통치자로

메흐메드 알리: 오스만 제국의 지방 총독에서 이집트의 통치자로

지은이: 칼레드 파흐미(Khaled Fahmy)

옮긴이: 이은정

분야: 역사·철학·종교

발행일: 2016-08-12

ISBN: 978-89-337-0718-0 03930

페이지수: 208쪽

판형: 신국판

가격: 16,000원

흔히 근대 이집트의 건설자로 불리는 메흐메드 알리는 오스만 제국 역사상 중요한 인물 가운데 하나이다. 그리스의 한 작은 마을에서 태어난 메흐메드 알리는 그곳에서 평범한 삶을 살다가 서른 살에 오스만 제국 군대에 합류하여 이집트로 간다. 이집트에 도착한 지 4년 만에 오스만 제국의 비옥한 속주였던 이집트의 총독이 된 후 50년간 그곳을 통치했고, 자신이 죽은 다음 100년간 이어진 왕조를 창설했다.
통찰력 있고 잘 구성된 이 전기에서 저자 칼레드 파흐미는 메흐메드 알리의 지도자로서의 삶과 오스만 제국과 이슬람 역사에 끼친 막대한 영향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저자는 메흐메드 알리가 이집트에 실시한 전례 없는 경제, 군대, 사회 정책들뿐만 아니라 후손들이 교묘하게 왜곡한 그의 모습을 객관적으로 살펴봄으로써 당시까지의 영웅화된 이미지와는 다른 새로운 시각을 제시한다.

오스만 제국과 이집트
이 책의 무대가 되는 이집트는 1517년 맘루크 술탄국이 멸망하면서 오스만 제국에 복속되었다. ‘맘루크’는 원래 ‘노예’를 뜻하는 말로, 그중에서도 군사적 목적으로 훈련된 노예를 의미한다. 맘루크 술탄국은 아이유브 왕조 말기에 술탄의 노예 병단이 정변을 일으켜 건설한 국가로, 노예병 출신의 군벌들이 과두제적으로 정치권력을 장악하는 양상을 보였다. 이처럼 맘루크 술탄국의 군사 및 정치 구조의 중핵을 이루었던 맘루크들은 오스만 제국에 의해 복속된 뒤 재구성 과정을 거쳐 이집트의 오스만 군사 조직에 편입되었다. 중앙 정부의 군 조직 장악은 오스만 제국의 전성기였던 16세기까지는 상당히 잘 유지되었지만, 17세기 이후 전 제국에 지방 분권화가 진행되면서 이집트처럼 중앙에서 멀리 떨어진 지방에서는 점차로 지역 내 군사 집단들이 정치권력을 장악하는 현상이 나타났다. 18세기 후반에는 제국 전역에 걸쳐 각 지역에 새로 나타난 군사 실력자들이 권력을 사유화하는 현상이 두드러졌다. 그런데 이집트에서는 이러한 분권화 현상이 맘루크들에 의해 나타났다. 중앙에서 온 군 조직들은 점점 더 토착화되어 갔으며, 군사 실력자들은 이집트의 옛 관행대로 노예를 사들여 훈련과 교육을 시켜 자신의 군사 문벌, 즉 맘루크로 이루어진 일종의 가문을 구성하는 행태를 보이게 되었다. 오스만 중앙의 행정적·군사적 장악력이 약화된 가운데 이집트 군사 부문에서 맘루크 현상은 다시 성행한 것이다.
오스만 치하의 이집트는 쌀, 밀, 설탕, 과일 등을 수출하는 풍요로운 곡창 지대이자 무역의 교차로로, 커피와 향료는 이 지역을 경유하는 인기 무역품이었다. 오스만 국고에서 이집트로부터의 세수입이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했으며, 이집트에서의 농업 생산으로 아라비아 반도의 메카와 메디나를 부양할 수 있었다. 18세기 내내 이집트의 경제는 활력이 넘쳤다. 이집트의 경제적 자원은 오스만 중앙 정부에나 지역 내 맘루크들에나 매우 중요했다. 17~18세기 군사 파벌들의 격렬한 쟁패도 바로 이러한 이집트의 경제적 자원들을 수취할 때 발생하는 세금 징수상의 이권을 누가 더 많이 차지할 것인가를 두고 벌어졌다. 이집트 각지의 세금 징수권은 대개 맘루크 장교들이 장악하고 있었고, 이는 그들의 세력 기반이 되었다.

변신에 변신을 거듭한 풍운아
1798년 이 부유하고 자율적인 이집트 지역을 나폴레옹이 정복하고 3년간 프랑스가 지배하게 된다. 비교적 후방이라고 생각되던 이집트가 서구 세력에 의해 점령된 사실은 오스만 중앙 정부에는 개혁의 화급함을, 지방 세력에는 서구 군사력의 우월성과 중앙 정부의 무능함을 각인시켰다. 오스만 치하 그리스 북부의 카발라 출신으로 일자무식의 지방 폭력배 우두머리였던 메흐메드 알리(1769~1849. 메흐메드 알리가 태어난 해는 정확하지 않다. 메흐메드 알리 본인은 1769년에 태어났다고 주장했으나, 이 책의 저자는 다양한 자료를 통해 그가 실제 태어난 해는 1770년일 가능성이 더 높다고 주장한다.)가 이집트에 와서 뿌리를 내리게 된 것도 프랑스군을 몰아내기 위해 조직된 군대에 가담하게 되면서였다. 지략과 용병에 능한 그는 이집트를 장악한 후 그곳을 기반으로 아라비아 반도 서부, 수단, 크레타 섬, 시리아 등으로 식민지 개척에 나서는 한편, 과단성 있는 정책 수행으로 정치적·군사적 성공을 거머쥐면서 오스만 제국 말기의 풍운아가 되었다. 그의 대업은 오스만 중앙과의 갈등 과정에 서구 열강이 개입하면서 이집트와 수단을 차지하는 정도로 제한되었지만, 20세기 중엽까지 지속된 ‘왕조’를 개창한 것 그 자체로 놀라운 성공이었다. 메흐메드 알리의 개혁 프로그램은 비서구 사회에서는 거의 최초로 성공을 거둔 근대 개혁이었지만, 효율적이었던 만큼 잔인하고 무자비했다. 이 책에서는 그의 성공이 어떤 희생을 치르는 가운데서 이루어졌는지, 그가 어떻게 구시대 특권층의 권리를 박탈하고 자신의 측근들을 우대했는지 등을 통해 중동에서 국가를 건설하는 것과 관련하여 메흐메드 알리가 남긴 유산을 되돌아본다.

근대 이집트의 건설자 또는 정복자
이집트사 분야에서 메흐메드 알리가 어떻게 연구되어 왔는지에 대해서는 이 책 제8장 ‘파샤의 다면적 유산’에 자세히 나와 있다. 저자 칼레드 파흐미는 메흐메드 알리의 후손이 그의 삶과 정책을 미화하는 데 유용한 사료를 선별적으로 제공했던 점, 이집트 민족주의 역사가들이 메흐메드 알리를 오스만 제국으로부터의 독립을 지향한 인물로 그렸던 점 등이 메흐메드 알리에 대한 인상을 왜곡하는 데 주원인이 되었다고 본다. 따라서 메흐메드 알리의 영웅화된 이미지를 수정하기 위해서는 아랍어, 투르크어, 유럽 언어들로 된 사료들을 종합적으로 검토하는 일이 필요했다. 저자는 바로 이렇게 사료에 입각하여 메흐메드 알리 시대를 연구한 대표적인 학자로, 메흐메드 알리를 이집트에 한정하지 않고 오스만 제국의 맥락에서 바라보았다. 이 책의 주인공 이름을 이집트식으로 무함마드 알리라고 하지 않고 터키식으로 메흐메드 알리라고 한 것부터가 그러한 관점을 반영하고 있는 것이다.
중동 지역 내에서뿐만 아니라 세계사적으로 중요성을 띠는 메흐메드 알리는 그보다 약간 앞선 시대에 자수성가한 군벌 타입의 아얀들과 비슷하다. 아얀들은 당시의 시대적 상황을 대표하는 풍운아 아이콘이라 할 수 있다. 기존의 오스만 제국의 틀이 곳곳에서 와해의 조짐을 보이는 틈을 타 자신들의 한미한 출신에서 여러 단계를 거듭하여 도약할 수 있는 여지가 있었고, 단순히 오스만 제국 내부의 여러 집단과 위계 사이의 역학 관계만 조정하는 것이 아니라 외부 세력과의 관계도 잘 경영해야만 하는 시대에 발 빠르게 대처해 정치적으로 두각을 드러냈기 때문이다. 메흐메드 알리 역시 그러한 상황을 가장 극적으로 보여 주는 인물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독자들은 메흐메드 알리가 국내외의 도전에 퍼부은 무자비한 폭력에 충격받고 전율하고 분노하면서도, 일종의 ‘악한 소설’을 읽는 것 같은 재미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이슬람 전통 시대의 끝자락과 근대 개혁기의 초입을 연결하는 인물인 메흐메드 알리의 일생과 행적은 너무나도 낯설고 대담하지만 다른 한편 상당히 동아시아의 개혁기를 연상하게 한다. 국내외의 구체적인 상황이 다르고 서세동점을 경험한 시기도 차이가 나지만, 19세기 초 오스만 제국의 중앙과 지방의 정치 지도자들이 느꼈던 외압과 개혁의 시급함이 19세기 후반 동아시아에서도 반복되었던 것이다. 바로 그런 점에서 메흐메드 알리의 일생은 우리나라의 독자들에게도 매우 생생하게 다가올 것이다.
이 책은 원월드 출판사에서 이슬람권의 주요 인물에 대한 전기를 교양서로 기획한 ‘무슬림 세계를 만든 사람들’이라는 시리즈 가운데 한 권으로, 중동 지역의 역사, 제도, 사료에 대한 설명이 필요한 곳에는 옮긴이가 각주를 달아 독자의 이해를 돕고 있다.
감사의 글
옮긴이 해제: 메흐메드 알리의 세계사적 위치


1. 고향 마케도니아
출생
유년기와 소년기
결혼


2. 이집트의 진흙탕
평생의 숙적 ‘휘스레우 파샤’를 처음 만나다
맘루크들을 카이로에서 추방하다
휘스레우를 완전히 돌려보내다


3. 권력 다지기
지역 내 정적들을 제거하다
맘루크 대학살


4. 확고한 굳히기
대체 권력 기반을 건설하다
경제 정책을 세우다
히자즈 원정에 나서다
절대 권력
나사 조이기
기반 시설에 투자하다
그래도 남은 불안감
상업적 성공을 거두다
“제 집 안에 있는 늙은 거미”


5. 확대되는 지평
운 좋은 한 해
그리스 전쟁
유럽 열강이 개입하다
휘스레우가 다시 등장하다
“경사스런 사건”
나바리노의 대재앙
다음을 위한 준비

6. 마지막 대결
시혜자
끈질긴 걱정거리
시리아 침공에 나서다
루비콘 강을 건너다
재구성과 비용 절감
두 번째 시리아 위기
세습 통치를 추구하다
환희

7. 승리
파샤와 그의 엘리트: 감시자들을 누가 감시할 것인가
메흐메드 알리와 이집트 인들
파샤의 말년

8. 파샤의 다면적 유산
무엇이 잘못되었나


참고문헌
찾아보기
칼레드 파흐미(Khaled Fahmy)

카이로 아메리칸 대학교 역사학과 교수로, 동 대학 경제학과에서 학부를, 정치학과에서 석사를 마친 후 옥스퍼드 대학교에서 역사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프린스턴 대학교와 뉴욕 대학교에서 교수를 역임하였다. 근대 이집트 사회사와 문화사 분야에서 다양한 연구와 저술 활동을 하고 있다. 대표작은 19세기 전반기 이집트 군대의 사회사를 담은 All the Pasha’s men: Mehmed Ali, His Army and the Making of Modern Egypt(Cambridge University Press, 1997)이다. 이외에 근대 이집트의 법, 법의학, 징병제, 공중 보건, 감옥, 성매매 등 여러 가지 주제에 대한 다수의 논문을 저술하였다.
이은정

서울대학교 동양사학과 교수로, 서울대학교 동양사학과 학부와 대학원을 졸업하고 하버드 대학교 사학과에서 오스만제국사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주로 연구하는 분야는 17세기 이스탄불의 도시사와 정치사이며, 저서로 Guild Dynamic in Seventeenth Century Istanbul: Fluidity and Leverage(Leiden: Brill, 2004)가 있다. 이 밖에 마셜 호지슨 저, 에드먼드 버크 3세 편 『마셜 호지슨의 세계사론: 유럽, 이슬람, 세계사 다시보기』(사계절, 2006), 도널드 쿼터트 저 『오스만제국사: 적응과 변화의 긴 여정, 1700~1922』(사계절, 2008) 등을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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