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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현대소설의 문학법리학적 연구

한국 현대소설의 문학법리학적 연구

지은이: 김경수

분야: 어학·문학

발행일: 2019-03-02

ISBN: 978-89-337-0757-9 93810

페이지수: 360쪽

판형: 152×224

가격: 32,000원

이 책은 개화기 신소설에서부터 21세기 과학소설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소설 작품을 문학법리학적 시각에서 해석하고 있다. 개화기 이래 오늘날까지 우리 문학이 법과 관련하여 어떤 문학적 상상력을 작동시켰고 또 어떤 대안적 세계를 탐색해 왔는지를 개괄적으로 살펴본다.

 

문학법리학이란 무엇인가
‘소수의견’. 소수의견이란 “대법원 등의 합의체 재판부에서 판결을 도출하는 다수 법관의 의견에 반하는 법관의 의견”을 일컫는 말이다. 낯설 수도 있는 법률 용어가 대중적으로 알려지게 된 데에는 2015년 개봉된 영화 ‘소수의견’의 역할이 큰데, 이 영화는 손아람 작가가 2010년 발표한 소설을 원작으로 한다. 이 소설에서 작가는 작품의 제목은 물론 각 장의 소제목도 법률적 용어를 사용할 정도로 법의 문제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작가는 이 작품을 통해 법의 허구성을 인식하고 전향적인 법의식을 가져야만 우리의 현실을 건강하게 만들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한다. 그런데 이러한 법에 대한 우리 문학의 관심은 개화기 신소설에서부터 이어지고 있다. 따라서 우리 문학 작품을 문학법리학적 시각에서 해석하는 것이 필요하다.
한국 문학 연구에서는 낯선 용어인 ‘문학법리학literary jurisprudence’은 문학과 법리학의 합성어이다. 법은 인간 공동체의 질서 유지를 위해 마련된 규율이며, 법리학은 법의 본질 및 법체계에 대한 이해를 목적으로 하는 연구를 뜻한다. 문학은 사람들이 경험이나 상상의 세계를 탐구하고 그것에 형태를 제공하는 문화적 실천의 하나로 이해된다. 문학법리학이란 법과 문학의 상보적 관계에 주목하여 문학 작품을 해석하는 방법론을 말한다. 문학법리학은 우리 시대의 지배적인 가치들을 문제 삼는 문학의 문제 제기적 성격에 주목하며, 나아가 대안적 법리를 개진할 문학의 가능성에 주목한다. 문학법리학의 대상이 되는 작품은 법제도와 관련된 인간 삶의 드라마에 초점을 맞추는 서사 문학이지만, 정의, 분배, 인권, 행복 등과 같이 삶의 의미를 넓히고자 하는 주제를 지닌 작품들도 연구 대상이 될 수 있으며, 나아가 법과 문학의 상관관계를 고찰하는 철학적 작품들도 포함될 수 있을 것이다.
학제적 학문으로서 ‘법과 문학’이 자리 잡고 있음에도 문학법리학이라는 별도의 방법론이 제안된 것은, 문학 작품을 법리 탐구의 대상으로 국한시키는 ‘법과 문학’과는 달리 문학 작품이 담고 있는 시민 의식을 함양시키는 문화적 실천으로서의 성격을 강조하기 위해서이다. 다시 말하면, 문학법리학은 인생과 예술이 불가분적으로 연관되어 있다는 믿음을 회복하고, 그 위에서 문학 본래의 문화 변용적인 힘을 다시 발견하려는 방법론이다.

 

문학법리학적 시각에서 본 한국 문학
이 책에서는 법이 문학과 의미 있게 교섭하고 있는 작품들을 중심으로 문학법리학적 시각에서 한국 문학을 살펴본다. 개화기의 신소설에서부터 이광수와 김동인, 염상섭으로 대표되는 초기 작가들의 작품 및 1930년대 이태준의 대중 소설, 일제 말기의 징용 체험을 기록한 박완의 소설, 해방 이후의 이병주와 조세희, 복거일의 작품이 대표적인 예이다. 근대법과 사법 제도에 열렬한 환호를 보인 신소설에서부터 시작된 한국 현대소설은, 100년에 걸친 격동의 시간을 거치면서 법과 정의 혹은 인권의 문제 등을 탐구하거나 법리 자체를 소설적 주제로 삼아 왔다. 근대법과 사법 제도가 우리 현실에 어떻게 뿌리를 내렸는지에 관한 개화기 최찬식의 탐구, 근대법과 소설 장르가 어떻게 대척적인 입장에 설 수 있는지에 관한 김동인의 탐구는 우리 소설이 근대법과 관련하여 작동시킨 초기적 관심이었고, 이후 이광수와 염상섭, 이태준과 같은 작가들은 근대적 이야기를 생성하는 공간으로서 법정의 의미를 인식하고 변호사라는 근대적 인물을 발견하여 형상화했다.
식민지 시대 작가들의 이런 관심은 해방 후 작가들에게로 이어져 법에 대한 보다 본격적인 탐구가 이루어지는데, 대표적인 작가로 이병주와 조세희, 복거일을 들 수 있다. 이병주는 분단 이데올로기가 맹위를 떨치던 1970년대의 현실을 배경으로 동시대 법의 맹목을 대항적 법률-이야기를 통해 고발했으며, 조세희는 산업화 시대 삶의 터전을 빼앗긴 도시 빈민들의 이야기를 통해 소설이 지닌 대안적인 법 제정의 권능을 보여 주었다. 복거일은 대체 역사 소설과 과학 소설의 세계를 개척했는데, 그의 작업은 가상의 가능 세계를 구축하기 위해서는 법에 대한 인식이 기초가 되어야 한다는 것을 분명히 보여 주었다.
한편 우리나라에서는 본격적인 법리의 탐색이 다른 나라에 비해 비교적 늦게 나타났는데, 이는 법의 주권을 빼앗겼던 역사적 사실과 무관하지 않다. 국권의 상실로 법의 제정 및 집행과 관련된 권리가 식민 통치자들에게 넘어간 상황에서, 식민지 조선인들이 자신들의 삶을 규율하는 통치법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기란 불가능했다. 뿐만 아니라 일제의 검열에 걸려 원본이 사라지고 줄거리만 전해지는 윤기정과 최서해의 작품에서 알 수 있듯이, 작가들이 식민지의 법과 정의의 문제에 다가서려 했을 때 식민 통치 당국이 자행한 검열은, 식민지 작가들이 공적인 상상력을 작동시키는 일이 결코 쉽지 않았음을 단적으로 보여 준다. 이태준의 소설 작업과 법전 학생들이 주최한 모의재판극은 이 점에서 예외적인 성취이다. 이태준은 식민지 조선인들의 삶의 고난이 식민지 법에 대한 무지 및 무관심과 연결되어 있다는 사실을 분명히 인식하고 있었으며, 식민지 현실을 규율하는 법과 정의의 문제를 본격적으로 소설화했다. 당시 법전 학생들이 중심이 되어 개최했던 모의재판극 또한 가혹한 검열로 인해 식민지 사회의 법과 정의의 문제를 소설화하는 것이 여의치 않았던 현실과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전문 작가들이 창작을 통해 식민지 현실을 고발하고 정의를 요구하는 목소리를 내는 것이 근본적으로 제약된 상황에서, 법전 학생들은 법과 정의, 인권이 문제가 되는 사건이나 작품을 무대에 올림으로써 법과 예술에 대한 일반 사람들의 관심을 환기시켰다.
또한 이 책에서는 1970년대 노동자로 일했던 노동자들의 수기를 다루고 있다. 비록 소설은 아닐지라도 이들의 체험 수기가 우리 사회에서 법적 존재로 성장하는, 혹은 법과 더불어 자아를 인식해 가는 이야기로 매우 소중한 기록이기 때문이다. 이들의 수기는 유신 치하에서 노동자들의 삶에 미처 눈을 돌리지 못했던 기성 작가들에게 문학 본연의 존재 이유를 되돌아보게 하는 계기를 제공했다. 일제 강점기 규슈 탄광으로 징용당했던 자신의 체험을 담은 박완의 소설 또한 체험 수기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는 점에서 같은 맥락에서 논의할 수 있다. 일제 강점기는 물론이거니와 해방 후에도 정치적으로 억압받고 육체적으로 핍박받은 사람이 많았다. 위안부들과 징용 노동자들의 존재가 그렇고, 군사 독재시절 정권에 의해 조작되었던 수많은 간첩 사건의 희생자들이 그런데, 이런 고통 받는 개인들은 용산 참사 및 세월호 참사의 희생자들에 이르기까지 계속 발생하고 있다. 그리고 이들 중 적잖은 사람은 개인적으로 자신이 겪은 고통의 역사를 개인적인 회고록이나 증언으로 남기고 있다. 비록 소설의 형식을 갖추진 않았다 하더라도 이런 글들은 법에 의한 인권 유린의 문제를 다룰 뿐만 아니라 소수자 권익의 법제화와 역사적 상처의 문화적 치유를 요구하는 이야기라는 점에서 문학법리학이 도외시할 수 없는 ‘서사적 지위’를 확보하고 있다.

 

윤리 비평으로서의 문학법리학
법에 대한 우리 소설의 관심은 2000년대에도 지속되고 있다. 공지영과 손아람 같은 작가가 대표적이다. 이들은 한국 사회를 지탱하고 있는 법적 체계에 의문을 제기함으로써 법의 허구성에 대해 인식할 것을 요청한다. 이를 통해 우리 작가들의 현실 탐구가 리얼리즘의 차원을 넘어 삶을 규율하고 해석하는 사회적 허구 전반에 대한 탐구로 나아가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런데 공지영과 손아람 같은 작가들의 작업은, 지난 세기 동안 꾸준히 이루어져 왔던 작가들의 법에 대한 소설적 탐구를 바탕으로 이루어진 것이다. 즉, 이들의 작품은 지난 100년에 걸친 우리 소설사의 전통을 잇는 것으로, 우리 시대가 요구하고 있는 소설의 존재 의의를 다시 한 번 확인시켜 준다. 소설은 미학적 구축물이기 이전에 인간 삶의 모순을 발견하고 문제를 제기하는 사회적 형식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랜 세월 동안 소설은 미학적인 견지에서만 집중적으로 논의의 대상이 되어 왔다. 문학법리학은 소설에 대한 이런 편향된 시각을 교정하기 위한 방법론이기도 하다. 법질서에 대한 작가들의 문제 제기가 더 많은 공감을 얻을 수 있다면, 소설은 시민 사회의 성숙을 견인할 수 있는 문화적 장르로 그 역할을 재정립하게 될 것이고, 다양한 개인들의 생애-서사는 인간적 곤경을 표현하는 특별한 양식으로 새로운 의미를 부여받게 될 것이다. 그리고 그에 따라 문학법리학 또한 우리 시대의 윤리 비평적 방법의 하나로 그 위상이 보다 분명해질 것이다.
 

머리말

 

서론  문학법리학이란 무엇인가

 

제1장 근대법의 이입과 신소설
1. 신소설의 배경으로서의 개화기 사법현실
2. 이전 시대 사법현실 비판과 법적 정의의 희구
3. 인물로서의 판·검사의 등장과 법적 단죄 
4. 법률/법제 안내서로서의 신소설
5. 맺음말

 

제2장 김동인의 법인식과 소설의 발상
1. 식민지법과 근대소설
2. 초기 소설에 나타난 근대법 이해의 수준 
3. 재판의 ‘이면’에 대한 인식
4. 맺음말

 

제3장 변호사의 탄생과 법정의 발견: 이광수와 염상섭을 중심으로
1. 신사법제도하의 근대소설 
2. 근대소설과 변호사의 탄생
3. 이야기-공간으로서의 법정의 발견
4. 맺음말
 
제4장 일제의 문학작품 검열의 실제: 압수소설 세 편을 중심으로
1. 식민지시대와 검열
2. 압수소설의 소재 
3. 압수소설의 구체적 검토
4. 맺음말
 
제5장 『죄와 벌』의 수용과 이태준 소설 
1. 도스토옙스키 현상
2. 식민지시대 『죄와 벌』의 소개와 수용
3. 이태준 장편소설과 『죄와 벌』 
4. 맺음말

 

제6장 식민지시대 법과 문학의 만남: 모의재판극
1. 모의재판의 연극적 기원
2. 식민지 모의재판의 성격
3. 법학교 학생들의 모의재판극
4. 맺음말


제7장 일제 말기 징용체험과 그 소설화: 박완의 『제삼노예』 
1. 징용수기의 소개 
2. 징용체험에 대한 사실적 증언
3. 소설로의 변형과정과 상호텍스트
4. 맺음말

 

제8장 대항적 법률이야기로서의 이병주 소설
1. 이병주의 소설과 법에 대한 관심
2. 대항적 법률이야기의 창조 
3. 법적 정의에 대한 문제제기
4. 작가-인물과 소설의 위상

 

제9장 1970년대 노동수기와 근로기준법 
1. 1970년대 노동수기의 출현
2. 노동법에 대한 인식과 노조설립을 위한 투쟁 
3. 기원으로서의 전태일 이야기와 문학적 연대
4. 맺음말

 

제10장 대안적 법으로서의 소설과 소설의 윤리: 조세희의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
1. 노동소설의 등장과 법의 문제
2. 법적 정의에 대한 문제제기
3. 연민과 공감의 확산
4. 맺음말

 

제11장 과학소설의 법리적 기초와 법리소설의 세계: 복거일 소설을 중심으로
1. 복거일 소설의 상상력
2. 대체역사소설의 법률적 기초
3. 과학소설과 법의 문제
4. 저작권법에 대한 문제제기
5. 맺음말

 

결론  법리소설에서 생애서사로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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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수
 서울에서 태어났다. 서강대학교 국어국문학과와 동 대학원을 졸업하고, 현재 서강대학교 국어국문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저서로는 『현대소설의 유형』(솔출판사, 1997), 『염상섭 장편소설 연구』(일조각, 1999), 『염상섭과 현대소설의 형성』(일조각, 2008), 『한국 현대소설의 형성과 모색』(소나무, 2014) 등이 있으며, 역서로는 『영화와 소설의 서사구조』(민음사, 1990), 『소설구성의 시학』(현대소설사, 1992) 등이 있다.
 

 

염상섭과 현대소설의 형성

김경수

염상섭 장편소설 연구

김경수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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