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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총의 고고학
등록일 2007.07.27 조회수 2201    
 
 
 스즈키 기미오 지음이준정ㆍ김성남 옮김|
 2007.7.25|신국판 변형(147×210)|200쪽|13,000원
 
 
 패총, 과거를 간직한 천연 보물창고
 
패총에서 발견한 토기 조각과 조개껍데기를 보여주고 “당시 사람들이 어떻게 조개를 먹었을까?”라고 물어본다면, 대부분이 ‘토기에 넣고 끓여 먹었을 것’이라고 답할 것이다. 그러나 여기까지는 누구나 상상할 수 있는 답이고, 한 걸음 더 나아가 “조갯살은 까내서도 먹을 수 있는데, 왜 이 조개들을 끓여 먹었다고 단언하지?”라고 질문한다면, 여기에 쉽게 답할 수 있는 사람은 드물 것이다. 이때 고고학자들은 이렇게 답한다. “조갯살을 까내려면 패각을 비튼 흔적이 있어야지. 그런데 이 조개에는 그런 흔적이 없으니, 끓여 먹은 게 분명해!”
   
이처럼 고고학이란, 현재 남아 있는 자료들을 보며 자유롭게 상상하고 상상한 것이 실제였음을 밝혀 과거를 재구성하는 학문이다. 이때 가장 중요한 것은 얼마나 사실과 가까운 결론을 내리느냐인데, 그러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정확한 자료를 수집하고 그것들을 철저하게 분석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므로 자료 수집은 고고학 연구의 가장 기초이고, 이런 자료들을 온전히 간직한 패총이야말로 천연 보고라 할 수 있다. 
패총은 수렵·어로·채집으로 생계를 유지하던 선사시대 인류가 채집한 조개를 먹고 난 뒤, 껍데기를 대량으로 버린 결과 형성된 것이다. 일명 조개무덤이라 부르기도 하는데, 실제로 봉긋하게 쌓아올린 무덤 형태부터 넓은 지역에 걸쳐 얇게 퇴적된 것까지 다양한 형태로 남아 있다.
패각이 석회암처럼 토양을 알칼리성으로 유지시켜 부식을 막는 작용을 하기 때문에 패총에서는 패각뿐만 아니라, 당시 사람들이 먹고 버린 짐승과 물고기뼈, 생활쓰레기 심지어 사람뼈까지 다양한 자료들이 고스란히 발견된다. 이 때문에 패총을 ‘선사시대의 쓰레기터’라고 부르기도 한다. 이렇게 발견되는 것들을 면밀히 관찰하면, 패총이 형성될 당시의 주변 자연환경이나 식생활, 생계경제 양상을 복원할 수 있어 패총은 고고학적으로 매우 중요한 유적이다.
 

 

패총을 연구함으로써 얻을 수 있는 정보들
 
패총을 연구함으로써 얻을 수 있는 정보는 무궁무진하다. 물론, 쌓여 있는 조개더미를 보고 “아! 당시 사람들은 정말 조개를 많이 먹었구나!”하고 감탄하는 정도에서 상상을 끝낸다면 그 이상은 알 수 없겠지만 말이다. 따라서 필자는 패총을 연구할 때 “어떻게 하면 패총 내에 존재하는 다양한 자료를 가지고 선사시대의 사회와 문화를 복원하는 데 유용한 정보를 더 많이 끌어낼 수 있을까?”를 항상 생각하며 적극적인 태도로 임할 것을 강조한다.
 
1. 도키 류시치의  패총 분포를 토대로 한 고해안선 복원
도키 류시치는 간토 평야에 존재하는 패총의 분포를 조사하여 ‘패총 분포선의 위치를 당시의 해안선을 추정하는 표준’으로 삼아 간토 지방 해안선 변화를 밝히고자 했다. 패류 채집은 주로 거주지 인근에서 이루어지므로, 패총의 분포를 연결하면 해안선을 복원할 수 있다는 결론에 따른 것이었다. 이 연구 결과, 과거 도쿄 만의 해안선은 현재보다 훨씬 북쪽으로 들어와 형성되어 있었음을 밝힐 수 있었다(29~31쪽).
 
2. 백합 성장선을 이용한 채집 계절 추정
 성장선 분석법은 고히케 히로코가 개발한 것으로 패류가 성장할 때 패각에 하루 한 개씩 성장선이 축적된다는 사실을 이용해 패류의 채집 시기를 추정하는 방법이다. 성장선은 나무의 나이테처럼 여름과 겨울에 성장하는 속도가 다른데, 수온이 높은 여름에는 성장이 빨라 성장선 간의 간격이 넓지만, 겨울에는 이와 반대로 밀집된 형태로 만들어진다. 이러한 차이를 근거로 겨울철과 여름철에 형성된 성장선을 구분할 수 있고, 조개 단면에 나타난 성장선 양상을 파악하면 그 조개가 마지막 겨울을 기준으로 어느 정도의 시간이 경과한 뒤에 죽었는지, 즉 언제 채집되어 잡아먹혔는지를 알 수 있다.   
이 연구에 따르면, 패류 채집은 봄에 집중적으로 이루어졌음을 알 수 있는데, 이는 오늘날의 관행과도 일치한다. 그런데, 비록 소량이기는 하지만 1년 내내 조개가 채집되었다는 점에도 주목해야 한다. 1년 내내 채집이 가능했다는 것은 식료로서 조개가 갖는 큰 장점이기 때문이다(50~51쪽).
 
3. 식용하지 않은 패류 발견과 조몬인들의 수산 자원 활용
패총에서는 매우 다양한 종류의 패류가 발견되는데, 그 모든 종들을 식용으로 사용했던 것은 아니다. 식용할 수 없는 매우 작은 정도의 권패류를 미소권패류라고 부르는데, 이는 해산海産과 육산陸産으로 나눌 수 있다. 그중 해산 미소권패류가 패총에서 발견된다는 것은, 그것들이 채집되었기 때문이 아니라 다른 것이 운반될 때 우연히 함께 딸려 온 결과로 보는 것이 더 타당하다. 그런데 패총에서 발견된 해산미소권 패류 중에 해조류에 붙어서 서식하는 종이 있다면, 이는 패총을 형성한 사람들이 식용 또는 그 밖의 목적으로 해조류를 채집했음을 증명하는 증거로 볼 수 있다. 해조류같이 직접 증거를 남기지 않는 것에 대해서는 당연히 물고기나 조개와 함께 이용하지 않았을까 하는‘추측’만 가능한데, 패총에서 이런 미소권패류를 확인함으로써 해조류도 이용하였음을 구체적으로 밝힐 수 있게 된 것이다(118~120쪽).
 
4. 건어물 교역과 생선 공급한계선
도쿄 도 다마 신도시 유적군에서 물고기 척추뼈 압흔이 있는 조몬시대 전기의 토기편이 발견되었다. 물고기뼈만 유적으로 운반된 것은 아닐 테고, 이 유적의 주민이 식료로 이용하기 위해 몸통째 물고기를 들여와 먹은 뒤 토기에 그 뼈를 꽉 눌러 기념으로 남겼을 것이다. 그런데 당시의 해안선을 기준으로 한다고 해도 이 지역은 최소한 10km 이상은 바다에서 떨어져 있었을 텐데, 조몬인들은 어떻게 물고기를 운반하였을까? 여기서 물고기를 건조나 염장한 상태로 운반하였음을 추측할 수 있다. 다시 말하면, 척추뼈 압흔이 있는 토기편 하나로 조몬시대 식생활 양상까지 파악할 수 있게 된 것이다(142~ 147쪽).
 
5. 참돔 몸길이 복원을 이용한 참돔 잡이 실태 분석
참돔은 대표적인 경골어硬骨魚이기 때문에, 뼈가 파손되지 않고 완전한 형태로 패총에 보존되는 경우가 많다. 그리고 이 참돔 뼈와 현생 참돔의 뼈를 비교·분석하여 참돔의 몸길이를 복원할 수 있다. 이렇게 구한 몸길이를 다시 각기 다른 지역의 참돔 몸길이와 서로 비교해보면, 당시인들의 어로 활동을 파악할 수 있다. 예를 들면, 미야노 패총에서는 몸길이 30cm 이하의 작은 참돔이 전혀 없는 반면, 쇼묘지 패총에서는 그 정도 크기의 참돔이 중심을 이루고 있다. 이에 따라 미야노 패총인들은 성어만 잡았던지 아니면 성어가 있는 곳을 어장으로 이용했다고 추정할 수 있다. 그들이 성어만을 골라서 고기잡이를 했다면, 미야노 패총인들의 어로 기술은 꽤 발달해 있었을 것이다. 또 쇼묘지 패총에서 성어와 미성어가 반반씩 나타나는 것은 쇼묘지 패총인들이 두 종류의 참돔을 모두 포획할 수 있는 해역을 어장으로 삼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러한 사실은 즉 그들이 나름의 계획을 가지고 고기잡이를 했음을 반영한다(150~156쪽).  
 
위에 제시한 몇 가지 사례들은 패총에서 발견된 자료를 가지고 어떻게 정보를 얻어낼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이처럼 잠들어 있는 자료들을 깨워‘스스로 말하게 하는 것’이 바로 고고학자가 할 일이다.

 
노학자가 들려주는 패총 고고학 강의
 
이 책은 1950년대 이후부터 일본 패총연구를 이끌어오고 있는 스즈키 기미오가 패총 관련 일본 고고학 연구의 실례를 들어가며 학생들에게 강의하듯 쉽게 이야기를 풀어나간 패총 고고학 입문서이다. 발굴을 처음 시작하는 단계부터 발굴 과정 중에 시행한 여러 가지 패총 조사 방법, 발굴로써 얻은 정보 등을 자세하게 서술함으로써 독자들이 자연스럽게 패총 연구 과정을 이해할 수 있게 했다.
필자가 책에 제시한 여러 가지 연구 방법은 주로 일본 패총을 대상으로 한 것이기는 하지만, 이는 한국 패총 발굴에도 적용이 가능하다. 또한 필요한 부분에는 역자가 한국 패총 고고학과 관련한 내용을 주석을 달거나 부록으로 한국 패총 고고학 관련 참고문헌을 수록해 활용도를 높였다.
 이 책은 고고학에 대한 기본 지식만을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단편적인 자료들을 가지고 과학적으로 꿰어 맞춰가며 과거를 복원하는 과정을 간접적으로 경험할 수 있게 함으로써 독자들이 현장감을 느끼며, 능동적으로 사고하고 연구해 하나씩 과거의 비밀을 풀어나가는 흥미를 느끼게 해준다.‘열심히 하는’사람이‘즐기는’사람을 못 따라간다고 했다. 그런 의미에서 볼 때 이 책은 고고학에 첫 발을 디딘 초학자들이 앞으로 어떻게 연구해나가야 할지를 정확히 제시해주는 나침반 역할을 할 것이다.
  
 
지은이·옮긴이 소개
 
지은이_
스즈키 기미오鈴木公雄
1938년 도쿄 시나가와 구品川區에서 출생했다. 1961년 게이오기주쿠대학慶應義塾大學 문학부 사학과(일본사 전공)를 졸업하고, 게이오기주쿠대학 문학부 교수를 역임했다. 1950년대부터 수십 년간 일본 패총 연구를 이끌어오고 있다.
저서로는 『伊皿子貝塚遺蹟』(港區敎育委員會, 1981), 『繩文土器大成4 晩期』(講談社, 1981),  『考古學入門』(東京大學出版會, 1988), 『繩文人の生活と文化 古代史復元2』(講談社, 1988) 등이 있고, 역서로는 『實驗考古學』(學生社, 1977), 『石の文化史』(岩波書店, 1982) 등이 있다.
 
옮긴이_
이준정李俊貞
서울대학교 고고미술사학과를 졸업하고, 석사과정을 수료했다. 미국 위스콘신대University of Wisconsin-Madison 인류학과에서 고고학 전공으로 석사·박사 학위를 받았다. 현재 서울대학교 고고미술사학과 조교수로 재직 중이다.
주요 저서 및 논문으로 『駕島 貝塚』, 『연평도 지역 패총 출토 동물유존체 분석보고서』, 「패총 유적의 機能에 대한 고찰―생계·주거 체계 연구를 위한 방법론적 모색」, 「남해안 신석기 시대 생계 전략의 변화 양상―패총 출토 동물 자료의 새로운 해석」, 「동물 자료를 통한 유적 성격의 연구―동삼동 패총의 예」 등이 있다.
 
김성남金成南
서울대학교 고고미술사학과를 졸업하고, 석사·박사과정을 수료했다. 현재 부여군 문화재보존센터 문화재조사부 부장으로 재직 중이다.
주요 저서 및 논문으로 『화성 당하리 I 유적』, 『화성 고금산 유적』, 「중부지방 3~4세기 고분군 세부편년」, 「백제 한성 양식 토기의 형성과 변천에 대하여」 등이 있다.
 
    
 그림속의 의학
 신라하대 선종사상사 연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