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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대 동아시아 경제의 역사적 구조
등록일 2007.04.24 조회수 1936    
 
 
나카무라 사토루, 박섭 엮고 지음|2007.3.28|신국판 양장|512쪽|30,000원
 
 
 
동아시아 공동체 형성을 위해

1997년 동아시아에서 벌어진 금융위기는 이 지역에 중요한 시사점을 제공하였다. 당시 직접 금융위기를 겪은 곳은 동아시아 몇 나라뿐이었으나, 실제로 이들의 위기는 동아시아 지역 전체 경제에 영향을 미쳤다. 이후 동아시아 지역에서 금융위기가 일어나게 된 배경과 원인, 극복 방법 등에 대한 연구가 이루어지면서, 금융위기 당시 이 지역에는 풍부한 외화 보유량을 자랑하는 국가들이 있었고, 이들이 금융위기에 빠진 국가들의 일시적인 외화 부족분만 적절히 보충해주었다면 충분히 위기를 극복할 수 있었다는 의견이 제시되었다. 이는 동아시아 국가들이 경제협력의 필요성을 인식하는 계기가 되었다.
최근 한국과 미국이 FTA를 체결하였고, 이후 그동안 답보상태에 머물러 있던 일본과의 FTA 논의도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그런데 이와 같은 일본 또는 동아시아 국가와의 무역협정은 경제교류라는 목적 외에도 동아시아 경제공동체를 형성하기 위한 기초작업이라는 데 더 큰 의미가 있다. 아직은 시작에 불과하지만, 앞으로 이러한 동아시아 각국 간의 대화와 협의가 계속 이어진다면 동아시아에도 유럽연합(EU)이나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같은 안정적인 자유무역지대가 형성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각국 경제에 대한 상호 이해가 우선되어야 한다.
 
 
한국·중국·일본·타이완 경제학자들이 한자리에 모여
 
이 책은 ‘상호 이해를 통한 동아시아 공동체 형성’이라는 인식을 공유한 한국·중국·일본·타이완의 학자들이 한자리에 모여 각국 근대경제사에 큰 영향을 미친 여러 가지 현상을 살펴본 공동연구 성과물이다. 가고시마국제대학 지역종합연구소 소장 나카무라 사토루의 발의로 시작된 이 연구는 ‘동아시아 자본주의 형성사 연구’라는 주제 아래 3년에 걸쳐 1년에 두 차례씩 합숙연구회를 통해 진행되었다. 공동연구라는 방식을 통해 동아시아 경제를 일국사 중심이 아닌 비교사적 방법으로 체계화하고 총체적으로 파악하고자 하였다.
동아시아 경제는 20세기 후반부터 급성장하였는데, 그 이전까지만 해도 동아시아의 많은 지역은 유럽과 미국, 일본의 식민지 또는 종속국이었다. 그런데 최근 반세기 만에 경제발전, 정치적 독립, 정치적 근대화와 민주화의 진전, 경제수준 향상 등의 성과를 이뤄냈다. 연구회에서는 이러한 동아시아 경제의 급속한 변화와 발전이 어떻게 해서 가능하였는지, 어떤 과정을 거쳐왔는지 등을 역내 국가들 간의 상호교류와 그를 통한 경제관계의 긴밀화라는 동아시아 근대경제의 속성을 토대로 파악하였다.
동아시아 경제가 매우 빠른 속도로 변화해왔기 때문에 그에 관한 사회과학적 연구는 상대적으로 뒤처져 있는 실정이다. 그동안은 그때그때 일어나는 현상에 연구자가 휘둘려 제대로 현상을 진단하기보다는 그것을 뒤쫓는 연구가 대부분을 이루었다. 그런 면에서 이 공동연구는 동아시아 근대경제사에서 일어난 현상을 객관적으로 바라보면서 면밀히 분석하고, 그것을 바탕으로 동아시아 근대경제의 구조를 밝히고자 했다는 데 큰 의미가 있다. 앞으로도 이러한 노력이 계속 이어지고 그 성과가 쌓인다면, 동아시아 경제공동체를 형성하는 데뿐만 아니라, 동아시아 경제가 세계 경제의 흐름을 주도하는 데에도 든든한 밑받침이 될 것이다.  
   
 
각 장의 내용
 
「동북아시아 경제의 근세와 근대, 1600~1900―그 공통점과 차이점」(나카무라 사토루) : 이 책의 총론으로, 학회의 최신 연구성과를 종합하면서 조선, 일본, 중국의 소농사회 성립 및 세계 자본주의에 대한 대응의 차이를 낳은 분기점이 된 18세기 후반부터 19세기 전반에 관해 3국의 사회체제와 재정의 질적 및 유형적 차이를 논하였다.
 
「18세기 조선왕조의 경제체제―광역적 통합체계의 특질을 중심으로」(이영훈·박이택) : 필자들은 18세기 조선왕조의 경제체제가 어느 정도의 균형을 유지했다고 보고, 그것을 지탱했던 정치이념, 국제관계, 자연환경 등의 비경제적 요인과 경제적 요인의 복잡한 상호규정 상황을 해명하였다.
 
「청 말 국산 아편에 의한 수입 아편의 대체, 1805~1906―근대 중국의 ‘수입대체’에 관한 사례 연구」(린만훙) : 해관자료부터 지방지(地方誌)까지 아편에 관한 자료를 널리 섭렵하여 청 말 국산 아편에 의한 수입대체 현상을 명확하게 함과 동시에 수요와 공급이라는 두 측면에서 수입대체를 성공하게 한 요인을 분석하였다.
 
「중국 근대의 경제성장과 중장기파동」(왕유루) : 필자는 입수할 수 있는 모든 통계자료를 이용해 중국의 근대경제 발전과정(1880~1930년대)에서 두 번의 중장기파동이 있었음을 제시하고, 그것을 이용해서 중국 근대경제의 발전과정을 4단계로 구분할 것을 제안하였다.
 
「양차 대전 사이 일본제국의 경제적 변용―세계시장에서의 위치」(호리 가즈오) : 아시아교역론에 대한 필자의 견해가 담긴 글로서, 식민지와 종속국을 포함한 일본제국 전체의 경제가 세계시장과의 관계 속에서 어떻게 변화했으며, 그것이 제2차 세계대전 이후에 어떤 영향을 주었는지를 살펴보았다.
 
「은과 아시아 국제 경제 질서, 1933~1935―중국 중심의 관찰」(리유핑) : 미국의 은정책이 실시된 1933~1935년의 국제 은시장의 수급구조의 변화를 검토하고 그 변화가 중국과 그 이웃나라 사이의 은 이동에 미친 영향을 분석하였다. 그리고 그것을 바탕으로 중국을 중심으로 하는 아시아 은화 사용지역이 다른 연구에서 언급되었던 공업화형 통화질서가 아니라 제국주의적 통화질서에 포섭되었다고 주장하였다. 
 
「양차 대전 사이 일본 도시형 수출 중소공업의 역사적 위치―재래적 경제발전과의 관련」(다니모토 마사유키) : 필자는 그동안 근대 농촌 직물업을 연구하여 재래공업의 성장에 따른 경제발전을 일본 경제사회의 유형적 특질로 보는 많은 연구를 내왔다. 이 글에서는 양차 대전 사이의 장난감 제조업이라고 하는 도시형 수출중소공업을 소재로 일본의 공업화 및 일본 경제사회의 유형적 특질을 검토하였다.
 
「1920~1930년대 일본과 식민지 조선의 생활개선운동」(이노우에 가즈에) : 1920~1930년대 일본의 관제적 생활개선운동과 그 운동의 영향을 받았다고 생각되는 총독부 주도의 식민지 조선에서의 생활개선운동을 비교하면서 공통된 특질과 차이점을 정리하였다.
 
「근대 동아시아 경제에서의 동업자단체의 역할」(박섭) : 필자는 이 글에서 상공업 동업자단체는 정부와 협력하며 증산과 수출증대를 위해 노력하였고, 따라서 공업자단체가 동북아시아 근대경제 성장을 지탱한 중요한 경제제도였다는 점을 밝혔다.  
 
「일본 미싱 제조기업의 국제경쟁력 형성―창업자의 인맥과 정보공유 시스템 형성에 초점을 맞춰서」(고조 시온) : 일본 미싱산업의 발전과정을 살펴보고, 미싱산업의 발전이 기업경영자의 사적(인맥) 및 공적(업계단체) 네트워크 속에서의 정보공유의 결과였다고 주장하였다.
 
「전시기 일본제국의 기술자 공급」(사와이 미노루) : 필자는 공동연구에서 근대 일본에서의 기술자와 연구체제의 형성에 대한 검토를 거듭하였는데, 이 글에서는 일본만이 아니라 식민지와 만주까지도 포함한 일본제국 전체에 대해서 기술자의 공급을 검토하였다.
 
「아시아 국제산업연관모델을 이용한 동아시아 경제 분석」(요부코 도루) : 한국, 일본, 중국, 타이완 경제를 아시아 국제산업연관모델에 따라 분석하였다. 이 글은 1985~1995년의 동아시아 4개국 경제의 변용을 종합하였다.

 
책 속으로
 
세계자본주의에 잠식당하는 단계에서 3국에 나타난 차이를 지금까지는 주로 두 가지 방식으로 설명해왔다. 하나는 중국과 조선이 중앙집권적 전제국가였음에 반해, 일본은 분권적 봉건사회였다는 설명이다. 또 하나는 일본의 에도시대는 시장경제를 중심으로 한 경제사회로 발전했으나, 중국과 조선은 여전히 자급경제 중심이었다는 설명이다. 이 두 가지 설명에는 어느 정도 타당성이 있으며 필자의 설명에도 이와 같은 측면이 있지만, 특별히 강조하고 싶은 것은 첫째로 분기점이 18세기 후반부터 19세기 전반이라는 특정 시기라는 점, 둘째로 일본과 중국·조선이라는 분기점이 아니라 3국의 분기점이며 중국과 조선의 차이가 일본과 중국의 차이보다도 클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다.
―나카무라 사토루, 「동북아시아 경제의 근세와 근대, 1600~1900」, 31쪽
 
근래 중국 근대경제 발전에 대한 연구가 깊어짐에 따라 1920~1930년대에 중국 근대경제의 성장률이 비교적 높았다는 관점은 보편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그러나 중국 근대경제사와 관련된 교과서나 저작물의 중국 근대경제 발전 단계에 대한 구분은 여전히 전통적이고 새로운 변화를 보이지 않는다. 전통적인 구분방법에서는 보통 1895년과 1927년을 경계로 한 삼분법을 이용하거나 1919년을 경계로 한 이분법을 선택하여 사용한다. 이러한 시기 구분방법은 모두 아직 혁명사와 통사의 틀을 벗어나지 못한 것으로, 이러한 사고의 근원은 생산관계의 발전과 변화를 경제사연구의 대상으로 삼았던 시기의 지배적인 사상에 있다. 경제주기의 구분은 경제활동의 내부에 존재하는 객관적인 규칙을 반영해야 한다. 그러므로 중국 근대경제사의 단계는 중국 근대경제 발전과정 중의 경기변동을 근거로 구분해야 한다.
―왕유루, 「중국 근대의 경제성장과 중장기파동」, 199쪽
 
선진국이 양질의 저렴한 노동력을 구하는 가운데, 거대한 시장과 일대 생산거점이 동아시아에서 형성되었다. 동아시아지역과 세계경제의 결합에 의해 4개국의 경제가 크게 성장했는데 최근의 자유무역협정과 경제통합은 경제 성장에 기여하고 있다. 모든 산업은 그 나라 내에 머물지 않고 글로벌화하고 있다. 동아시아 경제권의 확대와 연관은 지역경제를 풍부하게 하는 것뿐만 아니라 21세기의 세계경제에 강한 영향을 미칠 것이고, 동아시아 4개국은 주도적으로 움직이면서 더욱 큰 국제시장을 형성해나갈 것이다.
―요부코 도루, 「아시아 국제산업연관모델을 이용한 동아시아 경제 분석」, 485쪽

 
공동연구에 참여한 사람들(본문 게재순)
 
나카무라 사토루中村哲―가고시마국제대학 지역종합연구소 소장 겸 교수.
이영훈李榮薰―서울대학교 경제학부 교수.
린만훙林滿紅―타이완중앙연구원 근대사연구소 연구원, 국립 타이완사범대학 역사학 교수.
왕유루王玉茹―중국 난카이대학 경제연구소 교수, 난카이대학 경제사연구센터 소장.
호리 가즈오堀和生―교토대학 대학원 경제학연구과 교수.
리유핑李宇平―타이완중앙연구원 근대사연구소 부연구원.
다니모토 마사유키谷本雅之―도쿄대학 대학원 경제학연구과 교수.
이노우에 가즈에井上和枝―가고시마국제대학 지역종합연구소 교수.
박섭―인제대학교 국제경상학부 교수.
고조 시온康上賢淑―가고시마국제대학 지역종합연구소 조교수.
사와이 미노루澤井實―오사카대학 대학원 경제학연구과 교수.
요부코 도루呼子徹―가고시마국제대학 지역종합연구소 조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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