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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의 과거제도
등록일 2007.02.26 조회수 2905    
 
 

허흥식 지음 |2005.5.31| 신국판 | 624쪽 |  38,000원

 

20여 년간의 고려 과거제도 연구성과의 총결산


고려는 후삼국을 통일한 지 22년 만에 과거제도를 처음 시행하였고 435년간 이를 발전시켰다. 과거제도는 동아시아의 문화유산이며 같은 시기의 다른 문화권에서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로 선진화된 제도로서, 인재선발뿐만 아니라 정치사, 사회사, 문화사 측면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저자는 1981년에 고려 과거제도 관련 연구서로서 처음으로 『고려과거제도사연구』를 발표하여 고려 과거제도 연구의 터를 다졌고, 그 후 다른 연구자들의 과거제도 연구가 많이 이루어졌다. 이 책은 자신의 연구성과를 되돌아보고 기존 저서의 내용을 보완ㆍ수정했을 뿐만 아니라 여기에 새롭게 쓴 4편의 논문을 보탠 것으로서, 저자의 20여 년 간의 고려 과거제도 연구성과를 모은 저서이다.
특히 이번 저서에는 역사 연구에서 보다 정확한 사실을 밝히는 데 중요한 1차 사료(1377년 국자감시 동년록) 관련 논문이 수록되어 있으며, 조선 개국을 둘러싼 과거 급제자들의 상반된 대응, 그동안 이루어진 학계의 고려 과거 연구성과와 쟁점에 대한 저자의 견해가 실려 있다.
또한 부록으로 실린 「고려 예부시 연표」, 「고려 예부시 동년록」, 「고려 국자감시와 승보시 시행 연표」에는 고려 예부시의 시행 시기와 주요 내용, 각 예부시의 지공거ㆍ동지공거ㆍ급제자 이름과 급제자의 인적사항, 고려 국자감시와 승보시의 시행 시기와 관련 내용 등의 방대한 자료가 한눈에 알 수 있게 정리되어 있다. 이에 더하여 「찾아보기」에 부록의 인명을 실어 관련 연구자들이 고려시대의 급제자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도록 함으로써 자료의 효율성을 높였다.

 

이 책의 내용


제1장 「고려 과거제도의 성립과 발전」에서는 고려시대를 초기ㆍ중기ㆍ말기로 나누어 각각 시대상황과 과거의 성립 과정, 왕권ㆍ관제ㆍ교육제도와 과거제도의 관계 및 변천 과정, 과거제도의 새로운 경향이 조선 건국과 국가의 방향을 제시했음을 알아보았다. 그리고 이 세 가지 초점을 중심으로 정치사적 배경 아래서 과거제도를 정착, 발전, 전환의 세 단계로 구분하고 분석하였다.
제2장 「고려 과거의 응시자격」에서는 금석문ㆍ문집ㆍ열전 등에 실린 사례와 법제를 통하여 최종고시였던 예부시에 응시할 수 있는 경로와 응시자의 자격에 대해 검토하였다.
제3장 「고려 예부시의 제업별 출제와 급제자의 진출」에서는 예부시 중 제술업ㆍ명경업ㆍ잡업의 출제 과목과 내용을 밝히고 급제자들의 관인 진출 상황을 파악하였다.
제4장 「고려의 국자감시와 향리의 신분상승」에서는 최종고시인 예부시를 치르기 전에 거친 국자감시를 분석하고, 과거 응시 계층 중 가장 신분이 낮았던 향리가 국자감시를 이용하여 신분을 끌어올리는 과정을 살펴보았다.
제5장 「고려의 승과제도와 그 기능」에서는 정치ㆍ경제ㆍ문화적으로 고려사회에 큰 영향을 준 불교를 이끌어간 고승들이 모두 승계를 갖고 있었으며 승과를 거쳐야만 승계를 가질 수 있었음에 주목하여, 승과가 고려 초에 제도로 정착되는 과정과 불교계에 미친 승과의 기능을 살피고 더 나아가 고려 후기에 제대로 실시되지 못한 승과가 불교에서 성리학으로 바뀌던 시기에 어떤 영향을 주었는지를 밝혔다.
제6장 「고려의 과거와 음서의 비교」에서는 고려사회의 성격을 설명하는 데 있어 음서제도와 과거제도가 상반된 기능을 가졌다는 견해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음서와 과거의 상관성을 설명하였다.
제7장 「선거지 선장과 동년록의 분석」에서는 과거시행 기록이 가장 풍부한 연대기 자료인 선거지 선장과 동년록을 정리하고 분석하여 급제자 수와 관원 수의 상관성을 규명할 기초를 마련하였다.
제8장 「1377년 국자감시 동년록과 이면 자료의 분석」에서는 새롭게 발굴된 1377년 국자감시 동년록과, 이와 함께 실린 6회의 방목을 분석하여 국자감시의 기능, 국자감시와 교육제도ㆍ음서제도ㆍ예부시의 관계를 철저하게 규명하였다.
제9장 「조선의 개국과 급제자의 상반된 대응」에서는 조선 개국이라는 ‘정변’에서 공신과 반역자로 갈라선 과거급제자들의 상반된 대응을 분석하여 정치세력의 갈등과 급제자의 상관성을 규명하면서 조선 건국에 대한 통설의 문제점을 제시하였다.
제10장 「고려 과거의 연구성과와 쟁점」에서는 지금까지 고려 과거제도 연구에서 제시된 다양한 주제를 비교하고 쟁점을 검토하여 앞으로의 연구방향을 모색하였다.
결론 「고려 과거제도의 특성」에서는 과거제도를 기준으로 한국사의 시대를 구분하고, 사회성격과 연결지어 과거제도의 특성을 정리하였다.
부록으로 「고려 예부시 연표」, 「고려 예부시 동년록」, 「고려 국자감시와 승보시 시행 연표」를 수록하였다.

 

책 속으로


과거제도가 잘 갖추어진 고려 중기의 예종대를 기준으로 보면 진사ㆍ품관ㆍ재생은 예부시에 응시할 수 있었다. 서리ㆍ향공ㆍ일반 국학생ㆍ십이도생 등은 국자감시를 통하여 진사가 되거나, 재생이나 품관으로 진출한 다음 응시할 수 있었다.
국자감시에 합격한 진사는 예부시 응시자의 주축을 이루었다. 예종 이후에는 진사에게도 3년 이상의 수학 기간을 거쳐야만 응시할 수 있게 하여 재생이 증가하였다. 진사로서 다시 재생이 된 자가 많았으나 무신 집권과 몽고 침입으로 고려 전기의 과거제도는 크게 무너졌다. 승보시는 한동안 폐지되었고, 진사는 3년 이상 수학할 필요 없이 신진사로 직접 예부시에 응시하기도 하였다.
(122∼123쪽)

최근까지 국자감시와 승보시의 합격증명서나 동년록은 하나도 발견되지 않았다. 다만 합격자가 받은 증서는 같은 시기의 합격자가 모두 실린 동년록보다 자료의 가치가 적다. 그동안 소개된 예부시의 동년록은 모두 1차 자료가 아닌 전사본이었다. 그러나 1377년 국자감시 동년록은 예부시가 아닌 국자감시에 대한 완전한 1회의 자료로서 유일할 뿐만 아니라 1차 자료로는 예부시를 포함하더라도 유일하다.
이 자료는 한국학중앙연구원에서 교육인적자원부의 후원을 받아 추진하고 있는 한국학기본조사사업 과정에서 수집되었다. 조선시대 문중의 자료를 보존하고 있는 서원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발견되었고, 필자에게 감정과 연구를 부탁하여 분석하게 되었다. 이는 거창 초계정씨草溪鄭氏인 동계桐溪 정온鄭蘊의 후손이 보존한 고자료의 하나이다.
(328쪽)

무장세력의 등장에 대하여 이색, 우현보, 정몽주, 설장수 등은 과거를 통하여 형성된 좌주와 문생이란 유대로 고려를 버티는 마지막 힘이 되었다. 이들 급제자들은 대간을 구심점으로 결속하고 개국세력에 대하여 고려국가를 지탱하려는 합법적인 투쟁을 전개하였다. 이에 대하여 공민왕 말 시도한 과거제도의 개혁에서 좌주와 문생의 유대가 약화된 시기에 급제한 관료와 앞선 시기의 소수 급제자가 이탈하여 동북면 출신의 무장 이성계와 결탁하였다. 이들 개국의 주도세력은 그들을 견제하였던 급제자 중심의 반대세력을 100여 일에 걸쳐 폭력으로 제거하고 정몽주가 요동을 공격하려고 시도하였다고 명에 무고하여 개국의 당위성을 인정받으려 하였다.
(421∼422쪽)

과거와 음서의 관계는 이 두 가지를 함께 이용한 이들의 경력상 순서에서 파악할 수 있다. 과거는 고려 중기에 가까워질수록 다층화하여 국자감시는 음서보다 낮은 단계지만 예부시는 음서보다 높은 단계였다. 다시 말하면 국자감시ㆍ음서ㆍ예부시의 경력을 두 가지 또는 모두 가진 경우에 국자감시 출신이 음서로 관계에 진출하거나, 음서 출신이 예부시에 응시하여 진출한 예가 많았다. 이로 보면 과거와 음서는 상대적 관계가 아니라 상보적 관계에 있었다고 할 수 있다.
(439쪽)

 

지은이 소개


허흥식許興植
서울대학교 문리과대학 사학과와 서울대학교 대학원 국사학과를 졸업(문학석사ㆍ박사)하였다. 경북대학교 전임강사ㆍ교수를 역임한 후 현재 한국학중앙연구원 한국학대학원 교수로 재직 중이다. 나폴리 동양학대학교ㆍ캘리포니아대학교에서 강의하고 베이징대학교 연구교수를 지냈다. 두계학술상, 출판문화저작상을 수상하였다.
주요 논저로 『高麗科擧制度史硏究』(일조각, 1981), 『高麗社會史硏究』(아세아문화사, 1981), 『高麗佛敎史硏究』(일조각, 1986), 『韓國의 古文書』(민음사, 1988), 『韓國中世佛敎史硏究』(일조각, 1994),   『眞靜國師와 湖山錄』(민족사, 1995), 『高麗로 옮긴 印度의 등불―指空禪賢』(일조각, 1997), 『고려의 문화전통과 사회사상』(집문당, 2004), 『韓國金石全文』(3冊)(편저, 아세아문화사, 1984) 등이 있고, 그 밖에 금석학金石學, 몽산덕이蒙山德異, 묘향산妙香山 보현사普賢寺, 산천단묘山川壇廟 등에 대한 160여 편의 논문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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