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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ㆍ리ㆍ가ㆍ몰ㆍ랐ㆍ던 러시아, 러시아인
등록일 2007.02.23 조회수 1890    
 
 
예일 리치먼드 지음 , 이윤선 옮김 |2004.12|신국판 |264쪽 |12,000원

러시아의 열정과 러시아인에 대한 명쾌한 통찰!


러시아 전문가인 전직 외교관이 쓴 러시아와 러시아인에 대한 입문서. 러시아에 대한 사전 경험 없이 앞으로 러시아인과 관계를 맺고자 하는 비즈니스맨, 정부 관료, 컨설턴트와 고문, 학자, 과학자, 학생과 일반 시민을 포함한 독자들에게 이 책은 러시아와 러시아인을 이해하는 여정의 훌륭한 나침반이 될 것이다.
 
 
 
이 책에 대하여
 
음산한 모스크바 하늘 아래 우뚝 선 크렘린처럼, 거대하고 단단한 하나의 성채 같은 이미지를 갖고 있던 소련이 붕괴하고 러시아연방이 성립한 이후, 러시아는 우리에게 확실히 잡히지 않는 모호한 이미지의 국가로서 다가왔다. 그 후 13년이 지났지만 러시아와 러시아 사람은 여전히 우리에게 낯설게 느껴진다. 역사적ㆍ지리적으로 우리와 가까운 러시아는, 어느 나라나 그렇지만, 특히 거대한 땅덩어리와 유구한 역사 그리고 민족의 수만큼 다양한 문화로 인해 쉽게 다가서기가 어려운 나라다. 하지만 정치적ㆍ경제적ㆍ문화적으로 러시아인과 러시아 문화를 접할 기회가 점점 늘어나고 있고, 그에 대한 관심도 조금씩 높아지고 있다.
그동안 많은 책들이 러시아와 러시아 문화에 대해 다루었지만, 그중에서도 빛을 발하는 이 책의 매력은 주제가 분명하다는 것이다. 각 장의 소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이 책은 러시아를 다각도에서 조명하고 있지만, 단지 그들의 역사와 문화를 소개하는 데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그것들을 총동원해서 러시아인을 이해하는 데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러시아인의 행동양식과 문화가 어떻게, 얼마나 다른가에 국한하지 않고 왜 그들이 다르며, 어떻게 하면 서로의 다름을 극복하고 우호적인 관계를 맺을 수 있는가에 대한 지은이의 고뇌와 노력이 책 전반에 흐르고 있다. 즉 러시아인에 대한 이해라는 일관된 주제 아래 러시아의 문화를 총체적으로 서술한 이 책은 러시아에 대한 정보를 사전식으로 나열한 책들과는 차원을 달리한다. 그것은 이 책의 내용이 지은이가 수십 년간 외교관으로서 직접 체험한 경험을 바탕으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은이 예일 리치먼드는 미소 간 냉전시대였던 1960년대부터 약 25년간 모스크바 주재 미국 대사관, 미 국무성, 국제기구 등에서 러시아 전문가로 활약했다. 미국인과 서로 다른 러시아인의 행동양식에 대해 의문을 품기 시작한 그는 오랜 경험을 통해 그들을 깊이 이해하기에 이르렀다. 이러한 그의 노력은 러시아를 바라보는 안목을 넓히고, 오해의 벽을 넘어 러시아 사람들을 이해하고 가까워질 수 있도록 안내해 주는 이 책으로 결실을 맺었다.
분량은 260여 페이지에 불과하지만 이 책에는 러시아의 지리와 문화, 문화와 인성, 국가와 사회체제, 러시아인의 일상, 러시아인과 협상하는 법 등 러시아와 러시아인을 이해하는 데 필요한 정보들이 일목요연하게 정리되어 있다. 특히 6장 ‘러시아인과의 협상’에서는 지은이의 경험에 근거하여 러시아인과 협상을 시작해서 마무리하는 방법을 구체적으로 보여 주고 있어 실무에서 러시아인을 접하는 사람에게 유용할 것이다. 러시아와 러시아인에 대해 전반적으로 이해하고 싶은 사람, 짧은 시간 내에 러시아에 대해 알아야 하는 사람, 처음 러시아 문화를 접하는 사람들에게도 일독을 권한다.
원서인 From Nyet to Da: Understanding the Russians는 미국에서 3판까지 나와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았다. 
 
 

책 속으로
 
안내 데스크에는 서서 기다리는 줄도 없이, 평소대로 호텔 직원의 주의를 먼저 끌기 위해 서로 비집고 밀치는 무리들이 있었다. 15분 후에 드디어 등록을 마친 뒤, 짐꾼에게 짐을 주고 경비에게 호텔 신분증을 보여 주고 나서야 위층으로 향할 수 있었다. 그러나 내 방에 들어가기 전, 마지막 흥정이 남아 있었다. 짐꾼은 팁으로 달러나 러시아인들이 선호하는 브랜드인 말보로 담배 한 갑을 요구했다.
바로 그때 참았던 허기가 몰려왔다. 비행기에서 가벼운 점심식사를 한 뒤 아무것도 먹지 못했기 때문에 호텔 내 러시아 식당에서 간식을 사먹으려고 했다. 그러나 식당에 가기 전에 먼저 달러를 루블로 환전해야만 했다. 그 당시에는 소련 통화를 소련에 가지고 들어오는 것이 불법이었기 때문이다.
어둠침침한 홀을 지나 내 방이 있는 층을 담당하는 ‘제주르나야dyezhurnaya(호텔의 당번)’에게 다가갔다. 대부분의 러시아 호텔은 방 열쇠를 관리해 주고, 차나 커피를 마실 뜨거운 물을 가져다 주는 일을 여자가 맡고 있다. 그녀에게 환전소의 위치를 물었더니 그날은 일을 하지 않는다고 했다.
“슈토 젤라트Shto delat(어떻게 해야 하지요)?”
그녀는 무관심하게 어깨를 으쓱거릴 뿐이었다. 바로 여기에서 서구 방문객과 개인의 특별한 요구에는 응하지 않는 소비에트 체제의 고전적인 대립이 드러난다. 만약 내가 여행단체의 한 구성원이었다면, 가이드가 내 요구를 참작해 주었을 것이고, 호텔 레스토랑에 단체 관광객을 위한 저녁식사가 준비되어 있었을 것이며, 사전에 식사 비용이 지불되어 환전할 필요도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나는 뉴욕과 8시간의 시차를 극복하기 위해 잠들기 전에 무엇인가를 먹어야 하는 외로운 미국인이었다.
나는 과거에 러시아에서 경험한 것을 되살려 그대로 물러서지 않고, 화제를 바꿔 그 중년의 여자와 대화를 시작했다. 우리는 나의 긴 여행, 방문의 목적, 모스크바의 날씨, 내가 어디에서 러시아어를 배웠는지, 그녀의 아이들과 나의 아이들 그리고 다시 이곳을 방문하게 되어 얼마나 기쁜지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얼마쯤 지나 내가 배가 고프다는 것과 식당의 문이 닫히기 전에 어떻게 할 수 있는지에 대해 물었다.
“내가 루블을 조금 빌려 드리지요.”
그녀는 책상 밑에서 ‘숨카sumka(손가방)’를 꺼내면서 대답했다.
“내일 갚도록 하세요.”
나의 접근 방법이 통한 것이다. 친절한 러시아 할머니가 허기진 가엾은 미국인에게 루블을 빌려줘서 겨우 ‘흘롑khleb(빵)’, ‘시르sir(치즈)’, ‘차이chai(차)’를 먹고 잠자리에 들 수 있게 된 것이다. 비로소 모스크바에서 환영받은 느낌이었다!
이 책의 핵심이기도 한 이 이야기의 교훈은 단순하다. 모스크바는 방문객에게 차갑고 비인간적인 곳일지도 모른다. 어떤 요구를 하든지 러시아인은 대부분 자동적으로 “녜트nyet(no)”라고 대답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인간적으로 접근하면 그들은 반응을 한다. 일단 좋은 상호관계가 성립되면 러시아인은 따뜻하고 협조적이다. 이 단계에 다다르게 되면 그들의 언어는 호의적으로, 그들의 ‘녜트’는 ‘다da(yes)’로 바뀌고 협상이 가능해진다. 이것이 바로 러시아인을 이해하는 열쇠인 것이다.
(pp.26∼28, ‘1. 웰컴 투 모스크바’ 중에서)
러시아어에서 ‘드룩drug(친구)’와 ‘즈나코미znakomy(아는 사람)’는 엄밀하게 구분되어 사용된다. 드룩은 ‘막역한 친구’를 가리키는 말로, 서로를 신뢰하고 가족같이 대한다. 그러한 우정은 쉽게 형성되지 않는다. 그러나 시간이 걸릴지언정 일단 친구가 되면 그들의 우정은 상대방의 모든 것을 받아들인다. 러시아인들은 대부분의 서구인들이 부담스럽게 여기는 시간과 호의를 친구들에게 요구할 것이다.
러시아인과의 우정을 가볍게 다루어서는 안 된다. 어느 외국인은 러시아인의 우정에 숨이 막힌다고 표현했는데, 그러한 관계를 감당하기 힘들어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어떤 러시아인은 이렇게 말했다. “러시아 친구들 사이에서는 네 것도 내 것이고, 내 것도 네 것이죠. 특히 냉장고 안은요.”
(p.161, ‘5. 일상에서의 마주침’ 중에서)

가장 심각한 문제는 협상에 접근하는 양국의 차이점에서 온다. 미국은 타협을 바람직하고 불가피한, 그리고 비즈니스를 하기 위해 중간에서 만나 거래하는 논리적 방법으로 본다. 결과적으로 미국인들은 쉽고 빠르게 협상에 다다를 수 없다면 실패로 간주한다. 러시아는 타협을 약점의 표시이자, 바르고 도덕적으로 정당한 입장에서 물러서는 것으로 생각한다. 그러므로 러시아인은 시간을 갖고 인내심을 발휘하면 참을성 없는 미국인에게서 더 많은 양보를 얻어낼 것이라는 기대를 갖고 끝까지 참고 기다릴 각오가 되어 있는 탁월한 ‘착석자들sitter’인 것이다. 소련 외무장관 뱌체슬라프 몰로토프Vyacheslav Molotov는 상대방보다 오래 버티고 앉아 있는 능력 때문에 ‘돌엉덩이’라고 불렸다.
(p.207, ‘6. 러시아인과의 협상’ 중에서)
러시아인들을 놀라게 하는 것은 금물이다. 만약 근본적으로 새로운 제안이 있다면, 협상을 시작하기 훨씬 전에 러시아인들과 비공식적으로 논의해서 그들이 그것에 대해 연구하고 대안을 마련할 수 있게 해야 한다. 새로운 제안을 갑자기 내밀면 그들은 이전의 입장으로 후퇴하고 상부의 지시를 구할 것이다. 전 모스크바 주재 미국 대사 루엘린 톰프슨은 이렇게 충고한다. “러시아 곰을 탈출구가 없는 궁지로 몰지 마십시오. 그러한 상황에 처하면 그는 사악하게 변할 수 있습니다.”
(p.213, ‘6. 러시아인과의 협상’ 중에서)
 
 

지은이 및 옮긴이 소개
 
지은이  예일 리치먼드Yale Richmond
모스크바 주재 미국대사관에서 공보참사관을 지낸 것을 비롯하여 독일, 라오스, 폴란드, 오스트리아 등 세계 각국에서 외교관으로서 활동했다. 미국 상원 대유럽 안보협력위원회의 자문위원과 미국 국립민주주의기금NED의 선임 프로그램 담당관을 역임했다. 저서로 From Da to Yes: Understanding the East Europeans, Cultural Exchange and the Cold War: Raising the Iron Curtain, Into Africa: Intercultural Insights(공저) 등이 있다.
 
옮긴이  이윤선
서울대학교 인류학과를 졸업하고 같은 학교 대학원에서 인류학 전공으로 석사학위를 받았다. 외교관인 남편과 함께 시애틀, 도쿄,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생활하며 타문화를 이해하고 그 속에서 살아가는 방법을 체득해 왔다. 현재 캐나다 몬트리올에 거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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