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은이 소개 이토 미키하루伊藤幹治 1930년 도쿄 출생. 고쿠가쿠인대학교 대학원 문학연구과 석사과정 수료. 문학박사. 고쿠가쿠인대학교 교수, 국립민족학박물관 교수, 세이조대학교 교수를 역임하였고 현재 국립민족학박물관 명예교수이다. 만년의 야나기타 구니오를 사사하고 야나기타와 함께 난세이 제도 현지조사를 수행한 후 미국 하버드대학교와 캘리포니아대학교에서 문화인류학 이론을 공부하였다. 세이조대학교의 민속학연구소 소장을 역임한 인연으로 야나기타 구니오 전집의 편집위원으로 활동하였다. 주요 저서로 『도작의례 연구.일류동조론의 재검토.』, 『야나기타 구니오.학문과 관점.』, 『가족국가관의 인류학』, 『종교와 사회구조』, 『야나기타 구니오와 문화민족주의』, 『증여교환의 인류학』 등이 있다.
옮긴이 소개 임경택林慶澤 서강대학교(영어영문학과)를 졸업하고 서울대학교 대학원 인류학과를 거쳐 일본 도쿄대학교 대학원 총합문화연구과 문화인류학 연구실에서 일본자본주의와 이에家에 관한 논문으로 박사학위를 취득하였다. 현재 전북대학교 일어일문학과 교수로서 일본문화를 가르치고 있으며 같은 대학교 문화다양성연구소 소장을 맡고 있다. 메이지유신과 패전을 계기로 변화해온 일본의 역사와 문화를 추적하는 데 중점을 둔 일본 연구와 동아시아의 지식 공유와 교류에 중점을 둔 연구를 병행하고 있다. 주요 논문으로 「야나기타 쿠니오의 일국민속학과 식민주의에 대한 일고찰」, 「일본식 근대호적기술의 전개과정과 이에 및 이에제도」, 「근대일본국민국가의 국민화 과정에 대한 일고찰」, 「일본의 전통적 도시공간에 관한 고찰」 등이 있고, 저서로 『‘일본’의 발명과 근대』(공저), 『동북아 ‘집단’이해의 다양성』(공저), 『유지와 명망가』(공저) 등이 있으며, 역서로 『후쿠시마, 일본 핵발전의 진실』, 『그리운 한국마을』, 『일본 사회 일본 문화』 등이 있다.
책 속으로 이 책은 타자에 대한 자기인식으로서의 정체성을 타문화에 대한 ‘자문화 인식(문화적 정체성)’으로 바꿔 읽고, 타문화에 대해 ‘나의 문화’ 혹은 ‘우리의 문화’를 인식하는 것으로서의 정체성이 일본 내의 일본문화론에 어떻게 표상되고 있는가를 민족학ethnology과 민속학folklore으로 불리는 두 개의 ‘민조쿠’학에서 발견되는 ‘인류학적 담론’들을 통해 검토한 것이다. …… 이 책은 특히 인류학적 담론 중 세 가지에 초점을 두고 있다. 첫 번째는 인류학적 담론이 어떠한 가정을 전제로 하여 표상되고 있는가라는 점이다. 두 번째는 인류학적 담론에 어떠한 자화상이 그려져 있는가이다. 세 번째는 인류학적 담론에 그려진 자화상에서 어떤 전망을 읽어낼 수 있는가라는 문제이다. 이러한 광의의 인류학적 자화상을 읽어 내고 풀어내기 위하여 이 책에서는 ‘민속문화folk culture’를 다룬다. …… 여기에서는 우선 민속문화를 보다 큰 체계로서의 ‘민족문화national culture’ 속의 ‘부분문화’라고 규정해 두고자 한다. 되풀이하자면, 이 책은 민속문화를 둘러싸고 시도되어온 인류학적 담론에서 어떠한 자화상이 그려졌고, 그 자화상이 역사의 한 굽이를 맞이한 현재, 우리에게 어떠한 의미가 있는가를 검토한 것이다.
-5~6쪽
야나기타가 전개한 민속문화의 역사과정론은 오카 마사오나 오바야시 다료의 일본민족문화형성론과 비교하면 체계성이 결핍되어 있다. 개개 민속문화의 실증적 연구는 면밀하게 이루어졌지만 그것을 종합하여 체계화한 연구가 거의 없기 때문이다. 이것은 야나기타가 시스템(논리체계)보다도 실증성이나 가설의 구축에 관심이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그래서 민속문화의 역사과정론은 미완인 채로 끝났지만, 그가 시사한 민속문화의 가변성과 창출성, 연속성이라는 세 가지 원리는 앞으로 민속문화 역사과정 연구의 키워드가 될 것이다.
-149쪽
요시다에 의하면 진정한 민족지 자료의 기준은 ‘완결되고 닫힌, 변화가 없는 사회’를 전제로 한다. 이 지적은 ‘일차적 민속문화’의 기준도, ‘본래 맥락의 민속문화’의 기준도 ‘완결되고 닫힌 변화가 없는 민속사회’를 명백한 전제로 삼고 있음을 시사한다. 이러한 전제는 민속문화의 구조적 안정성이라는 가정과 그것을 전제로 한 장기 지속을 용인하지 않는다면 성립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민속문화는 항상 변화한다. 결코 고정된 것이 아니다. 민속문화의 원리 중 하나가 가변성이라면 포클로리즘론자가 명백한 전제로 삼은 ‘일차적 민속문화’와 ‘본래 맥락의 민속문화’도 어떤 특정 시기의 민속문화 변용과정의 한 장면이 될 것이다.
-196쪽
근년에 획일화되고 균일화된 공통문화에는 개개 민속문화 요소를 포함한 것이 적지 않다. 시마네 현에서 창출된 신전결혼과 나가사키 현에서 창출된 창작 다이코도 그중 하나일 것이다. 이것은 민속문화의 기반이 근대 이전부터 존속한 ‘에트노스로서의 민족’에서 이것을 모체로 하여 근대 이후에 형성된 ‘네이션으로서의 민족’으로 치환되고 있음을 시사한다. 일본 민족문화national culture의 부분문화로서의 민속문화folk culture는 에트노스로서의 민족의 다양한 문화에서 네이션으로서의 민족의 균일화되고 획일화된 공통문화로 전환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렇다고 해서 민속문화와 공통문화가 서로 완전히 비연속적이지는 않다. 네이션이 에트노스에 기반을 두고 있듯이, 공통문화에는 근대 이후에 창출된 비연속적 문화 외에 근대 이전부터 존속해온 민속문화와 연속된 부분도 있기 때문이다. 그러한 까닭에 일본의 민속문화와 공통문화는 근대 이후의 역사과정에서 서로 뒤얽혀 있다. 이러한 뒤얽힘을 어떻게 파악할 것인가는 야나기타 구니오 이후 ‘자문화 연구’에 종사하는 현지인류학자나 민속학자의 과제일 것이다.
-212쪽
현재 우리는 과거에 없던 큰 변동의 시대를 맞이하고 있다. 글로벌화·무경계화와 함께 국가의 제어를 넘어 문화가 등질화되고, 국경을 넘어 공유된 ‘글로벌 문화’가 보급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움직임이 내셔널 아이덴티티를 잠식하고 있음은 부정할 수 없다. 그렇다고 내셔널 아이덴티티가 완전히 존재 이유를 상실해 버리지는 않았지만, 글로벌 문화의 창출에 대항하여 민족문화national culture 안의 지역적인 다양한 민속문화가 재평가되고 에스닉 아이덴티티나 로컬 아이덴티티가 재확인되는 것이 현실인 듯하다.
-232쪽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