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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구비연행의 전통과 변화―고사계강창 연구(1644~1937)
이정재 |
가격: 33,000원
쪽수: 460
발행년/월/일: 2014.09.19
크기: 신국판
ISBN: 978-89-337-0683-1 93910

머리말 

제1부 고사계강창의 개념과 범주
제1장 고사계강창 연구 서론
  1. 문제 제기
  2. 연구 대상 및 논술 방법
제2장 고사계강창의 전통과 유형
  1. 청대 이전의 전통
   (1) 공연 전통
   (2) 문학 전통
  2. 탄사의 전개와 고사와의 관계 변화
  3. 고사계강창의 유형
  4. 소결 

제2부 전기 고사계강창의 문학과 공연
제1장 서론
제2장 전기 고사계강창의 자료 및 목록
  1. 중화민국 성립 이후의 전기 고사계강창 간행 상황
  2. 미간행 필사본 및 목록
  3. 전기 고사계강창 목록
제3장 전기 고사계강창의 작자와 작자층
  1. 각 작품의 작자
   (1) 「문천사」
   (2) 「동곽외전」과 「제인장」
   (3) 「공부자고아사」
   (4) 「제경공대공자오장」
   (5) 「태사지적제전장」과 「역대사략고사」
   (6) 「경술수재전고아사」
   (7) 「전가락」
   (8) 「남창몽」
   (9) 「문천어」
   (10) 「목마랍마」
   (11) 「설경전」
   (12) 「자화사어제전장고사」
   (13) 「도박사」
   (14) 목록만 전하는 작품들의 작자 문제
  2. 작자층의 성격
제4장 전기 고사계강창의 형식, 소재, 내용
  1. 전기 고사계강창의 형식
  2. 전기 고사계강창의 소재와 내용
   (1) 『논어』에서 소재를 취한 작품
   (2) 『맹자』에서 소재를 취한 작품
   (3) 역사적 사건이나 인물에서 소재를 취한 작품
   (4) 당시의 현실에서 소재를 취한 작품
   (5) 우언을 소재로 현실을 풍자한 작품
   (6) 기타
   (7) 소결: 유가적 이상과 현실
제5장 전기 고사계강창의 서술 방식
  1. 운·산문혼용체 작품의 결합 방식과 각 서술 단위의 역할
   (1) 운문과 산문의 결합 방식
   (2) 운문의 역할과 기능
   (3) 산문의 역할과 기능
  2. 운문전용체 작품의 서술 방식과 각 서술 단위의 지향
제6장 전기 고사계강창의 공연과 수용자층
  1. 전기 고사계강창의 공연 형태와 장소
  2. 전기 고사계강창의 수용자층
제7장 전기 고사계강창의 의의와 영향
  1. 전기 고사계강창의 의의
  2. 전기 고사계강창의 영향 

제3부 후기 고사계강창의 공연과 문학
제1장 서론
제2장 농촌 고사계강창
  1. 청 후기의 화북 농촌
  2. 후기 고사계강창의 선행 연행 형태들
  3. 농촌 고사계강창의 형성과 성장
   (1) 화북 농촌 강창의 형성
   (2) 농촌 강창의 주요 예인들
  4. 농촌 강창의 공연 모습과 작품 형식
  5. 소결
제3장 도시 고사계강창
  1. 청 말 도시 고사계강창의 성장
   (1) 청 말 북경의 고사계강창 개황
   (2) ‘대고’ 명칭의 보편화
  2. 도시 고사계강창의 예인들
   (1) 초기의 도시 예인
   (2) 후기의 예인들
  3. 도시 고사계강창의 공연과 작품 형식
   (1) 도시 고사계강창의 공연
   (2) 도시 고사계강창의 작품 형식과 특성
  4. 소결 
제4장 후기 고사계강창 도서의 간행과 문학적 성격
  1. 출판의 대중화와 대중독자의 형성
   (1) 서양 인쇄술 도입과 출판의 대중화
   (2) 대중독자의 형성
  2. 후기 고사계강창 도서목록과 간행 시기
   (1) 도서목록의 수집과 관련된 자료
   (2) 고사계강창 도서의 간행 시기
  3. 후기 고사계강창 도서의 판본과 수량
   (1) 운·산문혼용체 고사계강창
   (2) 운문전용체 고사계강창
  4. 후기 고사계강창 도서의 문학적 성격
   (1) 운·산문혼용체 고사계강창
   (2) 운문전용체 고사계강창
  5. 소결

결론: 중국 구비연행의 전통과 변화

참고문헌
중문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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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 대한민국학술원 우수학술도서

중국 구비연행을 대표하는 고사계강창에 관한 최초의 본격 연구서!
이 책은 중국 구비연행의 전성기를 대표하는 장르인 고사계강창鼓詞系講唱을 다루고 있다. 고사계강창은 청나라 시기에 고사鼓詞나 대고大鼓라고 불리며 산동, 하북 등의 북방에서 성행한 구비연행과, 북경, 상해 등지에서 출판 또는 필사된 문학적 상관물을 포괄하는 명칭이다. 서강대 인문과학연구소의 인문전간 시리즈 중 51번째로 발간된 이 책은, 지은이인 서강대 중국문화학과 이정재 교수가 청나라가 성립한 1644년부터 중일전쟁이 발발한 1937년 사이에 나타난 고사계강창의 전모를 오랫동안 추적하고 연구한 결과물이다.

고사계강창에 주목하는 이유
인류가 언어로 의사소통을 시작한 이후 각 나라마다 독특한 구비연행의 전통이 나타났다. 중국에도 폭넓은 구비연행의 전통이 존재해왔으며, 청나라 때에는 고사계강창이 화북지역의 농촌을 중심으로 큰 인기를 얻었다. 청 말에는 많은 고사계강창 예인들이 사회적 변화에 따라 북경, 상해, 제남 등의 대도시로 이주했고, 그곳에서도 고사계강창은 중요한 대중 오락으로서 인기를 얻었다. 이 예인들과 작품들은 문맹층까지 포함된 광범위한 청중을 대상으로 했기 때문에, 공연에서 다루는 역사적 인물이나 사건에 대한 평가와 관점이 대중의 역사 인식에도 큰 영향을 끼쳤다. 이들의 공연을 필사하거나 새로 창작한 작품들도 청 말에 종류와 수량이 매우 많아졌다. 그처럼 강력한 문화적 영향력을 지녔던 청대 공연문학에 대하여 관심과 연구가 필요한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시문詩文의 전통이 강한 중국의 주류 문화계에서는 이러한 공연이나 책자, 그리고 예인들이 전통적으로 가치 있는 문화로 대접받지 못했다. 시문 위주의 문인문학만으로는 중국의 문화적 정체성을 이해하는 데 한계가 있으며, 이러한 불균형을 바로잡기 위해서는 통속문학 혹은 대중문학에 대한 합당한 관심과 이해가 필요하다. 또한 전통시대에서 근현대로 바뀌는 격변기 속에서 청나라의 공연문학이 어떻게 변화했는지, 그리고 오늘날에는 어떠한 모습으로 이어지고 있는지를 살피기 위해서도 청나라 공연문학 연구는 매우 중요하다. 최근 국내외에서 중국 구비연행 문화에 대한 학문적 성과들이 조금씩 나오고 있는 지금, 이 책은 중국문화 연구에 관한 하나의 디딤돌이 될 것이다.

이 책의 구성
중국의 구비연행이 가장 성했던 시대는 청나라 때부터 20세기 초까지의 약 3백 년 동안이지만, 이 시대의 구비연행은 제대로 연구되지 못했다. 그 이유는, 기존의 문사철文史哲에 비해 학문으로 다루기 위한 이론적 근거를 정립하기가 힘들고, 현장 자료가 너무 많은 반면 그것을 수집하고 정리하기는 어려웠기 때문이다. 지은이는 방대한 자료 수집과 현장조사를 통해 고사계강창의 전체 면모를 파악하는 한편, 새로운 개념 틀을 제시하여 계열화하고 분리하는 작업을 통해 고사계강창의 각 종류가 발생하고 변천한 역사를 구체적으로 재구성하고 있다.
제1부에서는 고사계강창의 개념을 설정하고 관련 강창문학의 역사적 전개 과정, 고사계강창이 형성된 시대의 전통을 살핀다. 제2부에서는 고사계강창의 전통이 형성되고 확립된 청 초 산동 지방의 작품들과 함께 작자, 문학적 특성, 공연 방식 등을 상세히 다루었다. 특히 이 작품들 가운데 일부는 그간 학계에 보고되지 않은 작품들이어서 이들에 대한 논의도 함께 진행하고 있다. 제3부에서는 청 말 이후 각지에서 활동한 예인들과 각지에서 간행된 작품들을 조사한 결과를 정리하여 제시했다. 작품의 수량과 길이, 문장구성 등에 주목하고 분류하면서 작품의 성격과 특징 등도 사례별로 검토하고 있다. 

책 속으로

북으로 반주하며 설창하는 공연은 선진시대부터 명대까지 끊이지 않았다. 특히 송대 이후 주요 강창들은 거의 모두 북 반주가 있는 것으로 미루어 북이 강창의 반주에 매우 중요한 악기였음을 알 수 있다. 이러한 공연들을 기반으로 명 말, 청 초에 ‘고사’라는 기예가 정식으로 등장하여 북 반주 강창의 전통을 계승한 것이다. -42쪽
  
전기 고사계강창의 소재는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하나는 『논어』나 『맹자』 등의 고전에 나오는 단락에서 소재를 취하거나, 공자나 맹자와 관련된 일화에서 소재를 취하여 부연한 것이다. 「제인장」, 「동곽외전」, 「태사지적제전장」, 「제경공대공자오장」, 「공부자고아사」, 「자화사어제」, 「누항단」이 이러한 작품들이다. 다른 하나는 고전이 아니라 여러 역사적 사건이나 당시 생활상, 그 밖의 여러 요소에서 소재를 가져온 종류이다.  -110쪽
 
농촌에서 형성된 고사계강창은 구비 전승의 특성으로 인해 직접적인 문헌 기록이 매우 적다. 강창의 전승자인 예인들은 대개 문맹이나 반문맹이었으므로, 전승도 대본을 통하기보다는 스승이 제자를 데리고 다니며 오랜 기간에 걸쳐 구두로 전하는 방식이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원형적인 농촌 고사계강창의 초기 역사는 주로 예인들의 증언을 통해 간접적으로 재구성할 수밖에 없다. -244쪽

농촌 고사계강창에 쓰인 반주악기는 타악기, 현악기였는데, 지역에 따라 구성이 달랐다. 예인이 한 손에 들고 두드리며 박자를 맞추는 반달형 타악기는, 산동 지방에서는 대개 쟁기 날에서 유래한 쇳조각을 썼고 하북 지방에서는 나무를 깎아 만들어 썼다. 이 타악기의 재료에 따라 이화대고, 목판대고 등의 이름이 생겨났다. 고사계강창의 원형이 형성되기 시작할 때 농민들이 쇳조각이나 나뭇조각을 들고 두들기며 비정형의 짧은 농가를 불렀고, 이것이 점차 정형화되고 완비된 방향으로 발달하면서 이야기를 담은 비교적 긴 작품을 형성하게 된 것이다. 또 다른 중요한 타악기로는 북이 있다. 농촌에서는 대부분 북을 다리가 짧은 받침대에 올려놓고 사용했다. -264쪽

농촌 고사계강창 공연 모습의 특징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먼저 공연은 공연자를 마을로 초빙하여 적당한 공터에서 저녁 무렵에 진행하는 경우가 많았고, 묘회가 있는 날에는 농민들이 묘회 장소로 가서 그곳에서 벌어지는 공연을 감상하기도 했다. 공연자는 먼저 짧은 작품으로 목을 풀고 사람이 모여들기를 기다렸다가 본격적인 공연을 시작하는데, 자신은 쇠나 나무로 만든 반달형 짝짜기와 북을 두드리며 노래를 하고 반주자는 삼현을 타면서 반주했다. 공연 내용은 역사나 전쟁을 그린 이야기, 그리고 윤리나 사랑을 노래한 이야기 등으로 다채로웠고, 노랫말은 농민들이 알아듣기 쉬운 구어체로 이루어졌다. 농촌의 고사계강창은 음악적으로는 단조롭고 반복적이었지만 농민들의 생활에서 빠질 수 없는 오락이었다. -265쪽
  
도시 고사계강창 공연을 즐긴 청중은 (반)문맹의 하층민부터 지위가 높은 관리나 귀족까지 범위가 넓었다. 북경의 공연장 가운데 서붕자 종류의 공연장을 찾은 청중은 부호, 아침 일을 끝낸 사람, 노인 등이 주류를 이루었다. 명지아서장을 찾은 청중은 유동적인 관객들로, 하층민들이 많았을 것이다. 이에 비해 서관아를 찾은 사람들은 귀족, 관리, 기인旗人 등으로 고정적인 청중이 대부분이었다. -310쪽

농촌 시기의 공연도 돈을 벌기 위한 것이었지만 농업에 종사하며 공연도 하는 반직업적 성격이 잔존한 데 비해 도시 진입 이후의 예인들은 자신의 기예에 의지하여 생계를 꾸려야 했다. 이들은 각고의 노력을 거쳐 노천공연 장소로부터 실내 공연 장소로 옮겨가며 도시민들의 인기를 얻고자 했고, 유명 예인들은 고정된 장소에서 이름을 내걸고 오랫동안 공연했다. 예인들은 각자의 장기를 최대한 발휘하여 자신의 조건에 맞는 이야기와 공연 방식을 선택, 개발하면서 청중의 수요에 부응하려 했다. 그 결과 고유한 특징을 가진 다양한 유파가 생겨났고, 장편과 단편의 구분이 명확해졌으며, 단편은 음악적으로 더욱 발달하여 도시 고사계강창의 주류를 이루게 되었다. -336쪽

청 말엽에 이르러 이 공연작품들이 도시에서 유통되면서 청중 이외의 또 다른 수요를 창출하기 시작했다. 바로 도시화 및 근대적 사회변동과 더불어 성장하기 시작한 도시 대중이 이 작품들을 보고 들을 뿐 아니라 읽고자 했고, 이에 부응하여 농촌 고사계강창을 바탕으로 하여 각종 형태로 간행된 도서가 급증한 것이다. 농촌에서는 공연 위주로 유통되었으나 도시에서는 공연 외에 출판이라는 유통 형태가 더해진 것이다. -339~340쪽
 
운문으로만 구성된 고사계강창 가운데 목판본, 필사본, 납활자본이 공연에 비교적 가까우며 7·10언을 기본으로 길이가 자유로운 구절로 구성된 작품이 대부분인 데 비해, 석판본은 공연 기록물이라기보다는 독서를 위해 창작 또는 정리된 측면이 강하고 7·10언의 정형체로 이루어진 작품이 대부분이다. 시기별로 보면 목판본과 필사본이 비교적 이른 시기의 것들이고, 석판본과 납활자본은 상대적으로 후기의 것들이다. -406쪽

청 후기 고사계강창은 도광 연간부터 성행하여 특히 청 말, 중화민국 시기에 약 200~300종의 운·산문혼용체 작품과 1천 종이 넘는 운문전용체 작품 등이 방대하게 필사 또는 간행되어 판매나 대여의 형식으로 광범위한 독자들과 만났다. 이러한 대량 간행은 대도시에 살았던 다수 도시민들의 수요가 존재했기 때문에 가능했다. 새로 전래된 고속 대량 인쇄술 덕택에 도시 대중독자라는 새로운 시장이 성공적으로 형성되어 성장했다. 한편 청 정부가 민간의 통속문예에 대한 통제력을 상실하고 결국 붕괴하여 중화민국 정부로 대체된 사회적 여건도 이러한 대량 출판을 가능하게 한 외적 요인이었다고 볼 수 있다. -412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