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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정치사: 민주주의의 도입, 좌절, 부활
김영명 |
가격: 25,000원
쪽수: 380
발행년/월/일: 2013.03.30
크기: 신국판
ISBN: 978-89-337-0646-6 03340

머리말

 

제1부 해방, 분단, 민주주의의 도입과 쇠퇴
제1장 해방과 분단
1. 미소 협상의 실패
1) 신탁 통치안과 38선 분할 / 2) 모스크바협정과 미국의 이중적 태도 / 3) 협조에서 대립으로: 미소공동위원회의 실패와 조선 문제의 유엔 이관
2. 민간 사회의 분출과 미군정의 억압
1) 민간 사회 분출의 요인과 의미 / 2) 미군정의 대응
3. 정치 사회의 힘 투쟁과 분단국가 수립
1) 정치 세력의 분출과 힘 투쟁의 특징 / 2) 힘 투쟁과 단정 수립의 과정
4. 6·25전쟁과 분단 고착     

제2장 이승만 정권: 민주주의의 도입과 타락  
1. 민주주의 도입: 미군정과 대한민국 수립
1) 미군정과 자유민주주의의 이식 / 2) 대한민국 건국과 자유민주주의 도입
2. 이승만 정권과 민주주의의 쇠퇴
1) 이승만 정권의 성격 / 2) 권력 투쟁과 정권의 흥망
 
제3장 4·19와 민주당 정권: 민주주의의 짧은 부활
1. 4·19의 성격과 쟁점들
1) 4·19와 정치변동 / 2) 4·19에 관한 쟁점들 / 3) 4·19의 성격
2. 민주당 정권과 민주주의 실험
1) 허정 과도 내각 / 2) 국가의 취약성과 민간 사회의 도전 / 3) 정치사회의 권력 투쟁 / 4) 군 통제의 실패 / 5) 결론: 민주당 정권 붕괴의 원인과 의미
 
제2부 군부 권위주의 정권의 흥망
제4장 군부 권위주의 정권의 탄생과 변모
1. 쿠데타의 원인과 성격
1) 쿠데타 발발의 원인 / 2) 쿠데타 성공 요인 / 3) 쿠데타의 성격과 의미
2. 정권의 변화: 직접 통치에서 유사 민간 통치로
1) 유사 민간화의 이유와 의미 / 2) 직접 통치의 특징과 유사 민간화의 과정
3. 통치의 기반
4. 정치적 저항과 사회적 통제
5. 정당 정치의 부식과 권력의 개인화: 일인 지배 체제로
1) 권력의 개인화 / 2) 야당의 도전
6. 결론

제5장 유신 체제의 탄생과 소멸
1. 유신 체제 탄생의 원인
1) 경제 위기, 계급 투쟁과 체제 변동? / 2) 안보 위기와 정권 변동 / 3) 박정희의 권력 의지와 원인의 종합
2. 유신 체제의 특징
1) 일인 체제의 구축과 정치 사회의 위축 / 2) 총력안보 체제 / 3) 국가와 지배 연합
3. 저항 세력의 성장
1) 국가의 노동 통제와 노동 운동 / 2) 학생과 재야 / 3) 야당 / 4) 중간 계급의 역할
4. 유신 체제의 붕괴
1) 경제적 위기와 사회적 소요 / 2) 부마사태와 집권 세력의 분열 / 3) 경제적 요인과 미국 / 4) 붕괴의 근본 원인
 
제6장 군부의 재집권과 전두환 정권
1. 군부 재집권의 과정과 원인
1) 10·26에서 12·12쿠데타까지 / 2) 12·12쿠데타에서 광주항쟁까지: 군부의 권력 공고화 / 3) 광주 항쟁: 힘겨룸의 절정 / 4) 군부 권력의 공고화
2. 잉여 군사정권: 전두환 정권의 성격
1) 정치적 통제 / 2) 국가와 민간 사회 / 3) 정당성의 문제와 정치적 도전
3. 민주화의 정치 동학
1) 민주화 운동의 시발 / 2) 헌법 개정 문제: 정치 사회 / 3) 6월봉기 / 4) 6·29선언 / 5) 노동자 대투쟁과 저항 세력의 분열 / 6) 선거 국면 / 7) 재민주화의 의미: 비교적 관점
 
제3부 민주주의의 되살림
제7장 노태우 정부와 민주주의의 되살림
1. 노태우 정부 의미: 민주화의 과도기
2. ‘개량 국면’과 국가의 보수 회귀
1) ‘개량 국면’과 시민 사회의 분출 / 2) 국가의 강경 선회와 급진 운동의 쇠퇴
3. 정치적 민주화와 한계
1) 5공 청산과 군의 정치 불간섭 / 2) 민주 절차의 도입 / 3) 지역주의의 대두와 여소 야대 정국 / 4) 민자당 합당의 의미: ‘보수 대연합’의 추진? / 5) 지역주의와 당파 싸움의 고조
 
제8장 민주화의 진전과 지역 붕당 체제: 김영삼 정부와 김대중 정부
1. 김영삼 정부: 민간화의 완성과 지역 붕당 체제의 본격화
1) 민간화의 완성과 민주주의의 진전 / 2) 정권과 정치 사회의 문제점 / 3) 개혁 정치의 실패
2. 김대중 정부: 민주주의의 정착과 지역 붕당 체제의 심화
1) 민주주의의 공고화 / 2) 지역 패권의 이동 / 3) 비주류 세력의 집권과 지역 붕당 체제의 심화 / 4) 국가-사회 관계의 변화
 
제9장 민주주의의 발전과 후퇴: 노무현 정부와 이명박 정부
1. 노무현 정부: 일인 지배 체제의 종식과 새로운 쟁점들
1) 일인 지배 체제의 종식과 새로운 정치 세대의 등장 / 2) 제도 발전과 당파 싸움 / 3) 갈등의 종류 / 4) 노무현 정부의 의미와 잘못
2. 이명박 정부: 보수 회귀의 문제점
1) 이명박 당선의 요인과 의미 / 2) 이명박 정부의 특징과 문제점
3. 대척의 공통점과 정책 수렴
4. 결론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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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정치사에 대한 객관적 평가
이 책은 일제 강점에서 해방된 뒤 우리 민족이 겪어 온 정치 역정을 분석한다. 지은이는 민주주의 발전을 정치적 이상으로 삼아 대한민국 정치사를 민주주의의 도입과 쇠퇴 그리고 발전 과정으로 파악하고, 여러 사건과 행위 주체의 행동을 민주 발전이라는 관점에서 객관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따라서 주관적인 역사 인식과 정치 이념을 최대한 떠나 대한민국 정치사를 있는 그대로 서술한다. 다만 세세한 사실의 기술보다는 중요한 사건 전개에 초점을 맞추고, 정치 변동의 원인과 결과를 분석하고 평가하는 데 치중한다. 이런 점에서 독자들은 보통의 역사학 연구와는 조금 다른 정치학적인 분석을 볼 수 있을 것이다.

민주화의 도입과 쇠퇴, 발전 그리고 앞으로의 과제
분단과 전쟁의 비극으로 시작된 대한민국의 역사는 영광과 치욕을 다 경험했다. 외세가 자른 허리를 잇지 못하고 분단국가로 출범했고, 전쟁의 비극으로 수백만 명의 사람이 죽고 다쳤다. 그 여파로 반공주의가 지배하여 사상과 양심의 자유가 심하게 침해당했다. 외국에서 도입한 자유민주주의 체제는 이를 처음 맞이하는 가난한 대한민국에서 꽃을 피우지 못하고 군사 정권으로 대체되고 말았다. 오랜 기간 동안 군사 독재가 이어졌으나, 국민의 끈질긴 노력으로 마침내 민주주의를 되찾았다. 일단 민주화를 다시 시작한 뒤에는 민주주의 발전도 차곡차곡 단계별로 이루었다. 민주 헌법과 민주 정부의 탄생(노태우 정부), 민간화의 완성(김영삼 정부), 사상 최초의 평화로운 정권 교체(김대중 정부), 그리고 일인 지배 체제의 종식(노무현 정부)의 정치적 진화는 세계 어디 내놓아도 손색없는 대한민국 국민의 업적이다.
그러나 정치 체제가 민주주의로 변했다고 해서 그 민주주의가 완성되었다거나 충분하다는 뜻은 아니다. 한국 민주주의는 여전히 결함투성이이고 사회 정치적 혼란은 계속되고 있다. 더구나 이명박 정부에 와서는 민주주의가 후퇴하는 모습도 보였다. 여전히 한국 민주주의는 그 ‘질’이 높다고 할 수 없다. 지나친 지역 투표, 제도보다는 인물이 지배하는 인물 정치, 국가 전체의 이익보다는 정파의 이익이 앞서는 파당 정치, 작은 차이도 극복하지 못하는 타협의 미숙과 대결 지향적 행태, 그리고 민주주의의 텃밭을 훼손하는 사회적 양극화 등 문제는 산더미처럼 쌓여 있다.
지은이는 그 가운데에서 가장 큰 문제는 당파 싸움과 타협의 미숙, 그리고 통합적 지도력의 부재라고 말한다. 흔히 정치적 양극화를 걱정하지만 그것은 엄밀하게 말하여 양극화라기보다는 타협 미숙과 대결 지향적 행태의 문제이며, 이념 갈등도 사실은 이념의 양극화에서 오는 갈등이라기보다는 별로 멀지 않은 이념을 타협시키지 못하고 대결로만 치닫는 정치 행태의 미숙함에서 오는 갈등이라는 것이다. 노무현과 이명박 정부의 정책이 비슷하게 수렴된 데서 보듯이, 대한민국 정부들의 이념이나 정책, 특히 사회 경제 정책은 진보와 보수 사이의 어느 한 지점으로 수렴되는 경향이 있으며,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고 한다. 따라서 이념 그 자체는 문제의 본질이 아니며, 타협 미숙과 대결 지향이 본질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거기에는 근본적으로 국가 이익보다 당파 이익이 앞서는 정치 세력과 사회 세력 모두에게 문제가 있다고 주장한다.
여기서 지은이는 앞으로의 한국 정치 발전은 효율적인 타협 및 이익 조정의 기술과 제도 개발에 달려 있다고 주장한다. 지역주의라든가 다른 문제들은 오히려 부차적인 것으로, 각계각층의 다양한 요구와 주장을 통합하고 조정할 수 있는 통합적 정치 지도력이 꼭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 책의 구성과 내용
이 책의 내용을 간단히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먼저 제1부 ‘해방, 분단, 민주주의의 도입과 타락’은 제1장 ‘해방과 분단’, 제2장 ‘이승만 정권: 민주주의의 도입과 타락’, 제3장 ‘4·19와 민주당 정권: 민주주의의 짧은 부활’로 구성되어 있다. 제1장에서는 해방 후 미국과 소련 간 협상의 실패, 한민족 내부의 분열과 분단국가의 수립, 그리고 전쟁으로 분단이 고착되는 과정을 살펴본다. 제2장에서는 미군정에 의한 자유민주주의 이식과 대한민국이 수립되기까지의 과정, 이후 이승만 정권에서 자유민주주의가 쇠퇴하게 된 상황을 알아본다. 제3장에서는 이승만의 전횡으로 타락한 한국의 민주주의가 학생, 시민의 봉기와 이승만의 하야로 부활의 기회를 맞았으나 짧은 내각제 민주주의의 실험 끝에 군부 쿠데타로 다시 무너지고 마는 과정을 알아본다.
제2부 ‘군부 권위주의 정권의 흥망’은 제4장 ‘군부 권위주의 정권의 탄생과 변모’, 제5장 ‘유신 체제의 탄생과 소멸’, 제6장 ‘군부의 재집권과 전두환 정권’으로 구성되어 있다. 제4장에서는 군부 쿠데타와 민정 이양, 제3공화국의 통치 구조와 그 변화를 중심으로 당시 한국 정치 변동의 양상에 대해 살펴본다. 제5장에서는 유신 체제가 탄생한 원인과 특징, 그리고 붕괴되기까지의 과정을 알아본다. 제6장에서는 박정희가 피살된 후 군부 세력이 재집권하는 과정과 1987년의 민주화 운동을 계기로 재민주화되는 과정을 알아본다.
제3부 ‘민주주의의 되살림’은 제7장 ’노태우 정부와 민주주의의 되살림’, 제8장 ‘민주화의 진전과 지역 붕당 체제: 김영삼 정부와 김대중 정부’, 제9장 ‘민주주의의 발전과 후퇴’로 구성되어 있다. 제7장에서는 재민주화 후 권위주의 세력과 민주화 세력의 팽팽한 힘의 균형 속에서 탄생한 노태우 정부의 성격과 한계를 알아본다. 제8장에서는 노태우 정부에서 시작된 민주화를 심화시킨 김영삼 정권과 김대중 정권의 의의와 한계를 살펴본다. 제9장에서는 노무현 정부와 이명박 정부의 정치사적 의미를 다루고, 두 정부의 비교를 통해 두 정권이 매우 비슷한 특징을 지녔다는 사실을 알아본다.

<책 속에서>

6·25전쟁은 국제적으로 냉전 체제를 심화시켰고 국내적으로 분단 체제를 고착시켰다. 이념적으로 볼 때, 남한에서는 반공 이념이 북한에서는 반미 사상이 국가와 사회 모두에 지배적인 것으로 되었다. 이러한 이데올로기적인 대립은 전쟁의 상처가 남긴 뿌리 깊은 적대 의식과 상호 불신감으로 더욱 악화되었다. 정부와 국민 양자에 내재한 적대 의식과 불신감은 지금까지 통일 논의가 큰 성과 없이 공전하고 있는 가장 근본적인 이유다. 이 점에서 6·25전쟁이 분단 고착화에 미친 영향은 엄청나다. 이러한 분단의 공고화는 ‘남침 위협’과 ‘미 제국주의자의 침략’을 내세운 양 정권의 권력 유지 수단으로 악용되어 더욱 굳어졌다.  ― 58쪽 ―

하지만 자유민주주의 이념은 아무리 상처를 받고 절름발이가 되었다고 하더라도 국가를 세우면서 일단 거역할 수 없는 명분으로 자리 잡았고, 그 명분이 결국 민주주의가 다시 살아나는 정신적·도덕적 힘을 마련해 주었다. 자유민주주의의 명분이 이후 한국 정치사에서 중요한 자리를 차지한 것이다. 권위주의 정권 아래에서도 민주화 운동의 도덕적·이념적 동력을 제공했고, 심지어 권위주의 세력도 민주주의의 명분을 정면으로 부인하지는 못하고 오히려 자기 나름대로의 민주주의를 내세웠다. 이러한 민주주의의 도덕적 지배력은 한국에서만의 현상이 아니라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전 세계적인 현상이었다. 따라서 준비가 안 된 한국에 민주주의가 심어졌고 그것이 자라지 못하고 시들어 버렸지만, 민주주의의 명분은 깊은 뿌리가 되어 한국에서 자유민주주의가 다시 살아나게 했던 것이다.   ― 61쪽 ―

 4·19는 해방 이후 한국에 도입된 한국 민주주의가 이승만의 개인적 통치로 시들어 가던 현실에서 이를 되살릴 기회를 제공했고, 더 나아가 한국 역사상 처음으로 국민의 힘으로 집권자를 교체한 매우 중요한 사건이었다. 또 이러한 성공이 이후 독재 권력 앞에서 민주화 투쟁이 끊임없이 지속되게 한 중요한 정신적 원동력이었고 역사적 교훈이자 정치적 토대가 되었다. 이런 점에서 4·19 운동의 정치사적 의미는 지대하다고 하겠다.  ― 112쪽 ―

18년에 걸친 박정희 통치는 그 이전까지의 한국 정치의 파행이 심화된 결과이면서 그 뒤에 나타난 숱한 정치·사회적 모순들의 근원이기도 하다. 박정희 통치를 통해 한국 정치는  권위주의 독재와 민주주의 사이의 투쟁이 본격화되었고, 한국 사회는 본격적인 자본주의 발전과 그에 따른 다양한 문제들을 겪게 되었다. 이전의 정치 변동이 권위주의 독재와 자유민주주의적 이상 사이에 발생한 명백히 정치적인 갈등의 결과였다면, 이제 그 정치적 갈등에 자본주의 산업화의 모순이 중첩되어 정치 변동은 더 복잡하고 격렬한 양상을 띠게 된 것이었다.  ― 137~138쪽 ―

유신 체제는 대한민국 역사상 가장 탄압적인 정치 체제였다. 정치적 자유가 말살되다시피 했고, 일인 장기 집권 체제가 보장되었으며, 대통령에 대한 비판이 금지되는 것은 물론이고, 심지어 헌법 자체에 대한 언급조차 금기 사항이 되었다. 이런 체제를 집권자는 통일 여건 조성을 위한 효율적인 체제이며, ‘한국적인’ 민주주의를 위한 것이라고 정당화했다. 민간 사회는 억압받았고 정치 사회는 질식되다시피 했다.   ― 173쪽 ―

박정희가 피살되자 한국에는 민주주의가 다시 살아나는 듯했다. 모든 국민이 그러기를 바랐고 모든 정치 세력이 유신 체제를 벗어나 새로운 체제를 구축하기를 원했다. 대부분의 정치 세력들이 최소한 겉으로는 다시 한 번 자유민주주의 제도를 심으려고 했다. 그러나 그것은 수포로 돌아갔다. 왜 그렇게 되었을까? 그것은 근본적으로 민주화 세력과 권위주의 군부 세력의 힘겨룸에서 민주화 세력이 패배했기 때문이었다. 민주화 세력의 힘은 유신 기간 동안 성장하기는 했으나 아직도 군부 세력을 축출하기에는 모자랐다. 거기다 민주화 세력 사이에 분열이 일어나 단합된 힘을 모을 수가 없었다. 자유민주주의를 명분으로는 원하되 민주화 운동에 나서기는 거부한 중간 계급의 이중성 또한 군부 세력의 재집권을 돕는 결과를 초래했다.   ― 213쪽 ―

한국의 민주화는 과거와의 단절을 통해서가 아니라 과거 권위주의의 구조와 인맥이 점차 희석됨으로써 이루어진 점진적 진화의 형태를 보였다고 할 수 있다. 그 진화의 과정을 요약하면, 노태우 정권에서 민주화가 처음 시작되었고, 김영삼 정권에서 민간화가 완성되었으며, 김대중 정권으로 접어들면서 야당에 의한 정권 교체가 이루어져 명실상부하게 민주주의가 공고화 또는 정착되었다고 할 수 있다.  ― 258쪽 ―

노태우 정부에서 시작된 민주화는 김영삼, 김대중 정부를 거치면서 심화되었다. 김영삼 정부는 군부의 정치적 중립을 확립함으로써 민간 민주주의의 기틀을 잡았고, 김대중 정부는 사상 처음으로 성취한 평화적 정권 교체를 통해 한국 민주주의를 정착시켰다. 국가의 민간 사회에 대한 통제가 줄어들고 시민 사회가 성장했으며 민주적인 정치 제도들이 성숙해 갔다. 그러나 그 민주화는 대중의 적극적 참여나 분배 구조의 개선보다는 권력과 돈이 엘리트 중심으로 집중되는 보수적인 성격을 띠었다. 그런 상황이 계급들 사이, 또 계급과 국가 사이의 대결을 불러와 한국 정치는 혼란을 겪었다. 그뿐 아니라 흔히 ‘3김 정치’로 일컬어진 지역 붕당 체제가 확립되어 한국 정치는 지역주의와 ‘제왕적’인 일인 통치의 모습을 보였다.  ― 281쪽 ―

노태우 정부 출범에서 시작하여 노무현 정부가 탄생할 때까지 한국 정치는 착실하게 진화해 왔다. 민주 헌법과 민주 정부의 탄생(노태우 정부), 민간화의 완성(김영삼 정부), 사상 최초의 평화로운 정권 교체(김대중 정부), 그리고 일인 지배 체제의 종식(노무현 정부)의 정치적 진화는 세계 어디 내놓아도 손색없는 대한민국 국민의 업적이다. 그러나 정치 체제가 민주주의로 변했다고 해서 그 민주주의가 완성되었다거나 충분하다는 뜻은 아니다. 한국 민주주의는 여전히 결함투성이이고 사회 정치적 혼란은 계속되고 있다. 더구나 이명박 정부에 와서는 민주주의가 후퇴하는 모습도 보였다. 여전히 한국 민주주의는 그 ‘질’이 높다고 할 수 없다.  ― 317~318쪽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