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문화체육관광부 최우수 교양도서
국제법, 더 이상 ‘타자의 질서’가 아닌 국제사회의 ’공통언어’ 오늘날 국제법은 국가 간 권력질서를 통제하는 법질서에만 그치지 않고, 우리가 미처 인식하지 못하는 가운데 우리의 일상생활 구석구석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 책에서는 일반인들은 미처 인식하지 못하는 가운데 국제법이 우리 생활 속에 얼마큼 침투해 있고 우리의 일상생활을 어떻게 변화시켜 왔는가를 다양한 사건과 일화를 통해 보여 주고자 한다. 이를 위해 국제법에 대한 기본적 이해를 토대로 쉽고도 친절한 설명으로 올바른 국제법적 인식과 태도를 함양하는 글로 구성했다.
조선과 국제법의 첫 만남 국제법이란 국제사회의 법으로 주로 국가 간의 관계를 규율하는 법이다. 현대 국제법은 유럽 국가 간의 공법을 기원으로 한다. 근대 유럽 국가 간의 관계를 규율하던 법질서가 유럽 세력이 범세계적으로 확산되면서 함께 전 세계적으로 적용되게 된 것이다. 근대 유럽은 우월한 군사력을 바탕으로 전 세계로 진출하며 비유럽지역을 식민지화했다. 그 과정에서 유럽 국가들은 이중적인 기준에서 자신들의 법을 강요했다. 유럽 국가 간의 국제법은 문명국가 간의 법으로 둔갑하여 그들 상호 간에만 대등하게 적용되었고, 비유럽 지역은 유럽 국가의 필요에 따라 불평등한 국제법의 적용을 강요당하는 객체일 뿐이었다. 서양 세력은 19세기 중반부터 본격적으로 동북아시아 지역에 진출했다. 이들은 한 손에는 대포를, 다른 한 손에는 국제법을 들고 자신들의 요구를 관철시키려 했다. 전통적인 사대교린 외교만을 알던 조선에게 이들이 요구하는 교류방식은 생소한 것이었다. 세계 교류의 질서는 이미 변하고 있었으나, 조선은 이를 신속히 깨닫지 못했다. 그런 점에서 서양 국제법 도래에 대한 조선과 일본의 반응은 크게 대비된다. 일본의 지식인들은 놀라운 호기심을 보이며 열심히 서양 국제법을 학습했고, 배운 지식을 곧바로 조선을 상대로 강제했다. 한편 서양 열강 역시 자신들의 요구를 국제법의 이름으로 강요했다. 그런 속에서도 국제법을 통해 조선의 자주와 독립을 보전하려는 희망을 가졌다. 이처럼 조선에 있어서 국제법은 희망과 좌절을 모두 의미했다.
한국이 내린 국제법적 결단 한국 외교에서 국제법은 어떠한 의미를 지녔는가? 역사 속에서 대한민국 정부는 국익 수호를 위해 국제법을 충분히 활용하는 외교를 해 왔는가? 아니면 국제법상 보장되는 권리조차 제대로 찾지 못하는 외교를 한 적이 더 많았을까? 외교는 표면으로 드러나는 사항 외에 배후의 드러나지 않는 여러 이유와 더불어 종합적으로 결정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외견적 모습만을 기준으로 평가하기 어렵다. 당장은 외교적 성과로 보이던 것도 얼마 지나지 않아 불리한 부담만을 가중시킬 수 있어서 단기적 판단이 어려운 경우가 많다. 그런 가운데 과거 우리 정부가 내렸던 중요한 외교적 결정 중에는 ‘1952년의 평화선 선언’과 ‘1970년의 대륙붕 선언’과 같은 국제법적 관점에서 두드러지게 주목할 만한 사건이 있었다. 결정 당시에는 쉽지 않은 판단이었지만 돌이켜 보면 적절한 시점에 적절한 결단을 내린 사건들이었다. 단순히 국제법에 합당한 판단을 했기 때문에 잘했다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기존 국제법과의 갈등을 각오하고 내린 판단이었으나, 궁극적으로는 국제법의 지지를 받을 수 있었기에 의의가 있는 사건이었다. 한국의 미약한 국력으로 인해 세계사의 흐름에 큰 영향을 미쳤다고는 할 수 없지만, 적어도 한국으로서는 국제법의 새로운 발전 방향을 간파하고 이에 합치되는 판단을 함으로써 국익에 도움을 줄 수 있었던 결정들이다.
한국에서 국제법의 중요성 국제법이 강대국의 선도로 만들어졌고, 지금도 국제법을 형성하는 가장 큰 요인은 강대국의 실행과 주장임을 부인할 수 없다. 이러한 국제법이 강대국과 약소국에 공평할 리 없다. 국제법은 주권 평등의 논리 속에 포장되어 있으나, 그 속을 뜯어보면 강대국에 유리한 내용이 중심이 되고 있다. 19세기 후반 서양 국제법과 조우한 이래 근 100년 가까이 우리에게 국제법은 타자들의 질서였을 뿐이다. 그렇다면 우리에게 국제법은 가능하면 피하거나 도망치거나 무시하는 것이 상책일까? 이른바 중위권 국가에 속하는 한국은 지정학적 여건이 결코 호락호락하지 않다. 한반도는 세계 4강 세력에 둘러싸여 있으며, 냉전의 유산인 남북 분단을 아직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그러면서도 국가 경제의 무역 의존도는 세계적으로 높은 편이다. 한국이 처한 상황은 우리로 하여금 남들보다 한층 더 국제법을 필요로 하게 만들고 있다. 비록 국제법이 강대국의 선도로 만들어졌어도, 일단 성립된 국제법은 강대국이라 해도 함부로 무시하기 어렵다. 국제법은 적어도 형식상으로는 개별 주권 국가에게 대등한 지위를 부여한다. 국제법은 표면적으로는 힘에 의한 강제를 부정한다. 따라서 중위권 국가들이 강대국을 상대할 때 국제법은 매우 유용한 수단이 될 수 있다. 여기에 한국이 국제법을 특별히 중요시해야 하는 이유가 있다. 한국은 세계의 다른 어떤 국가들보다 특별히 더 국제법을 필요로 하고, 대외 관계의 운영에 있어서 국제법을 활용해야 하는 국가이다. 이에 우리나라와 비슷한 상황인 네덜란드, 덴마크, 노르웨이, 스웨덴, 핀란드, 스위스와 같은 유럽 강소국들의 생존 전략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생활 속의 국제법 일반인에게 국제사회에서 국제법이 잘 준수되는 것 같으냐고 질문을 던지면 어떻게 대답할까? 아마 대부분 사람들이 자신은 국제법과 아무 관계 없는 삶을 살고 있다고 생각할 것이다. 또 국제법이란 개인의 삶과는 관계없이 국가 간 권력 정치에만 관계된다거나, 외교에서 보조적·장식적 역할을 하는 존재라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오늘날의 국제법은 우리의 일상생활 구석구석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우리가 당연하게 여기고 있는 적지 않은 일들이 실은 일반인들은 잘 알지 못하는 가운데 그 배후에 국제법이 작동하기 때문에 실현되고 있는 경우가 한두 가지가 아니다. 일반인이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국제 사회에서 국제법은 원활히 작동하고 있으며, 우리의 일상생활을 폭넓게 규율하고 있다. 이에 이 책에서는 일상생활의 편리, 인권의 보호, 환경의 보호, 편안한 해외여행, 문화유산의 보호, 합리적 경제생활, 건강의 보호 등 다양한 분야의 다양한 아이템을 소개하여 일반인이 무심코 지나가는 일상생활 곳곳에 국제법의 영향이 배어 있음을 ‘느낄’ 수 있도록 한다. 또 국제법은 꼭 대외적인 사건이나 외국인과 관련되는 사건에만 적용되는 법은 아니다. 국내에서 한국인끼리의 생활에도 국제법이 적용되는 경우가 많다. 국제법을 모르는 이들은 일상의 사건들에 담겨진 국제법적 의미를 모르고 지날 뿐이다. 여기서는 우리가 신문을 통해 흔히 접했던 뉴스들 중 국제법적 함의를 지닌 사건이나 일화들을 추려 이에 포함된 국제법적 논점을 분석한다. 이 가운데는 독도나 간도와 같은 영토에 관한 문제도 있고, 외교관 차량의 음주 운전 단속이나 주차 위반 처리와 같이 일상적인 문제도 있다. 또 중등학교 무시험 진학 제도가 지닌 국제법적 문제점에 관한 내용도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