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후석(後石) 천관우(千寬宇) 선생의 20주기를 맞아 간행한 추모문집이다. 언론계와 사학계 및 민주화운동을 함께한 지인과 후배 그리고 가족들의 회억을 통해 강직한 논객이자 문장가이며 우국적 지사의 풍모를 지녔던 그를 만날 수 있고, 사학자로서 이루어낸 학문적 업적을 발견할 수 있다. 또한 일상에 담긴 소탈한 ‘인간 천관우’의 모습도 엿볼 수 있다. 한편 권두에 실린 정진석의 ‘언론인, 사학자, 민주화 투쟁의 거목’은 후석의 사상과 생애를 언론계와 사학계 및 민주화 투쟁 과정에서 이룬 업적과 함께 평하고 있으며, 권말에 ‘육십자서(六十自敍)’와 상세한 ‘연보’를 수록하고, 여러 집필자들이 그의 정치관, 세계관, 사관, 통일사상(복합국가론) 등을 심도 깊게 소개하고 있어 후석 선생의 평전(評傳)으로 갈음해봄 직하다. 60여 명의 집필진들이 자유롭게 쓴 다양한 글을 통해 대한민국의 정치, 사회, 문화 등 시대를 관통해온 현대사의 이면을 들여다볼 수 있다는 점은 이 책의 또 다른 재미이다.
천관우, 그는 누구인가 후석 천관우 선생은 1925년 충북 제천 출신으로 청주고 등을 거쳐 경성제대에 입학, 해방 후 서울 문리대 사학과를 졸업했다. 1934년에는 동아일보에 “5세 때부터 독서 가능한 신동(神童)”이라 기사화될 정도로 어릴 때부터 재기가 넘쳤고, 대학 졸업논문인 ‘반계 유형원 연구’는 지도교수인 이병도 박사로부터 군계일학의 우수논문이라는 평가를 받았는데 이 논문을 효시로 실학연구가 우리나라 사학계에서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1951년 6.25 전쟁 중 부산에서 대한통신 기자로 입문한 뒤 33세에 조선일보 편집국장을 거쳐 1965년 동아일보 주필 등을 지냈다. 이와 같이 언론을 본업으로 삼아 활동하는 동안에도 한국사 연구의 끈을 놓지 않고 많은 논문과 저서를 통해 실학연구를 개척하고 한국고대사의 새로운 체계를 구축했으며 한국사의 대중화에도 크게 기여했다. 후석은 언론계에서 사관(史官)의 시각으로 편집권을 수호했고, 1970년대 우리나라 민주화 투쟁의 선봉에 서서 큰 역할을 했다. 그 뒤 한국일보 고문과 사빈으로 재직 중 폐암 수술 후 1991년 1월 15일 향년 66세로 영면했다.
왜 지금 그를 기억하는가 그는 자신이 걸어온 길을 “신문인을 직업으로 삼으면서 역사책을 들여다보느라고 해 온 기자 반 사학도 반”으로 규정하면서 “장지연, 박은식, 최남선, 신채호, 정인보, 문일평과 같은 유형의 선각자들을 지침으로 삼아 의지하고 싶은 생각을 지니고 있었다”고 술회한 바 있다. 자신의 바람대로 그는 혼돈의 시대를 지나오며 지사적 언론인, 민족주의 사학자, 우국적 민주투사로서 올곧은 인생을 살았다. 역사의 소용돌이 속에서 준엄한 언관(言官)의 모습으로 냉철한 사관(史官)의 모습으로 큰 족적을 남겼다. 이러한 사회 지도자의 존재는 사회의 변화와 역사의 발전을 담보한다. 그러므로 그가 보여준 치열하고 성실한 삶의 자세와 높은 기개는 어느 시대, 어느 사회를 막론하고 유효하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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