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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 속의 철학(개정판)
박이문 |
가격: 12,000원
쪽수: 256
발행년/월/일: 2011.07.20
크기: 152*224
ISBN: 978-89-337-0613-8 (03800)
■ 목차
 
개정판 서문
초판 서문
서술과 분석 
주체성 혹은 정체성의 문제 - 프란츠 카프카 『변신』
인생의 의미 - 레프 니콜라예비치 톨스토이 『이반 일리치의 죽음』
윤리 판단의 규준規準 - 소포클레스 『안티고네』
악이란 무엇인가 - 볼테르 『캉디드』
인간의 본질 - 표도르 도스토옙스키 『지하생활자의 수기』
부조리한 존재  - 장 폴 사르트르 『구토』
윤리와 동물의 한계 - 앙투안 드 생텍쥐페리 『인간의 대지』
비극적 인간 - 앙드레 말로 『인간의 조건』
궁극적 실체에 대한 사념 -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 『원형의 폐허』
자폭과 반항 - 알베르 카뮈 『칼리굴라』
현대 문명과 ‘성性문학’  - 데이비드 허버트 로런스 『사랑하는 여인들』
지식과 지혜 - 헤르만 헤세 『싯다르타』
구원으로서의 미美 - 제임스 조이스 『젊은 예술가의 초상』
철학적 허무주의 - 사뮈엘 베케트 『고도를 기다리며』
목적과 수단 - 이그나치오 실로네 『빵과 포도주』
이 책은 철학과 문학 분야의 탁월한 지성으로 손꼽히는 박이문이 젊은 시절, 현대문학의 대표적인 작품 15편을 철학적 관점에서 사유한 문학철학서이다. 카프카의 『변신』이나 도스토옙스키의 『지하생활자의 수기』처럼 잘 알려진 작품은 물론, 로런스의 『사랑하는 여인들』이나 실로네의 『빵과 포도주』처럼 다소 생소한 작품들에 이르기까지, 저자는 이 문학작품들이 담고 있는 철학적 의미와 작가의 가치관 등을 통해, ‘주체성’, ‘자아’, ‘실존’, ‘부조리’ 같은 현대철학의 기본 개념들을 독자들이 이해하기 쉽게 들려주고 있다.
 
어떤 문학도 그 자체가 바로 철학일 수는 없다. 하지만 독자의 입장에서는 문학작품을 읽을 때 철학적 의미, 특히 윤리적 의미를 생각해보는 것이 자연스러운 일이다. 사실, 위대한 많은 문학작품들은 삶에 있어서의 철학적 문제를 탐구하고, 그에 대한 작가의 철학적 견해를 밝히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톨스토이는 작품 『이반 일리치의 죽음』을 통해 정신적 차원의 삶에 궁극의 가치를 부여하고 있고, 사르트르는 작품 『구토』를 통해 인간 존재의 부조리를 절실하게 그려 보인다. 그렇다면 철학적 차원에서 보았을 때, 톨스토이의 윤리 기준이나 사르트르의 가치 판단에는 어떠한 논리적 사유가 깃들어 있는 것일까.
 
저자는 각각의 문학작품 속에서 가장 근본적인 철학적 문제라고 생각되는 문제들을 골라 그 문제에 대한 해결점을 철학적 차원에서 찾으려고 노력한다. 저자의 사유는 각각의 문학작품이 지닌 문학적 언어와 철학적 언어의 차이에서 출발해서 결국은 그 차이를 뛰어넘는 더 큰 차원의 ‘문학 속의 철학’에 대해 얘기하고 있다. 독자들은 저자가 그리는 철학적 의미망을 통해 톨스토이나 사르트르, 도스토옙스키, 카뮈와 같은 대문호가 추구했던 인생의 철학과 존재의 철학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볼 수 있을 것이다.   
작품 『변신』이 주체성에 관한 문제를 제기한다고 본다면 어떤 점에서 주체성이 철학적 문제인가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왜냐하면 이와 같은 철학적 문제는 문학작품으로서의 『변신』의 가치를 결정하는 데는 직접 관계가 없지만, 하나의 흥미 있는 철학적 문제를 의식하게 하기 때문이다.  어떤 점에서 그렇게 볼 수 있는가? 잠자는 가엾게도 벌레로 변신했다. 그러나 그가 방바닥과 천장을 기어 다니는 벌레가 됐음에도 불구하고 가족을 비롯한 주위의 모든 사람들은 그 벌레가 이전과 같은 인간 잠자라는 것을 한 번도 의심조차 하지 않고 그를 대한다. 약 한 달이 지난 후, 벌레로 변한 오빠 치다꺼리에 짜증이 날 대로 난 잠자의 누이동생이 벌레 잠자를 사람 취급하기를 거절하기 시작하는 태도를 보이지만, 그녀의 이와 같은 태도는 오직 그녀의 이기주의적 심사에서 발생한 것이라 볼 수 있다. 왜냐하면 처음에는 그녀도 다른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벌레 잠자가 오빠임을 의심하지 않았고, 그녀가 태도를 바꾸게 된 시점에도 벌레 잠자의 형태나 태도에는 아무런 변화가 없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어찌해서 모든 사람들은 벌레로 변해서 방안을 기어 다니게 된 잠자를 이전과 근본적으로 다르지 않은 인간 잠자로 대하기를 의심하지 않았는가? 만일 내가 갑자기 도깨비로 변신한다면, 나는 역시 인간인 나, 조금 전과 같은 나라고 할 수 있는가? 다시 말해서, 변신 전의 잠자나 그 후의 잠자를 같은 잠자, 즉 같은 주체로 여길 근거는 어디 있는가? 요컨대, 어떻게 주체성을 결정할 수 있는가? 주체성의 기준은 무엇인가? 이런 문제는 극히 흥미롭고 중요한 철학적 문제이다. 우리들은 보통 아무런 의심도 하지 않고 어렸을 때의 ‘나’와 나이 들었을 때의 ‘나’를 하나의 ‘나’, 즉 ‘자아’라고 생각하는데, 이 문제는 그 ‘자아’가 무엇인가를 어느 정도 설명해줄 것이기 때문이다.
 
―주체성 혹은 정체성의 문제(프란츠 카프카의 『변신』) 중에서, 21 - 22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