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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예외론의 대안을 찾아서
배영수 지음 |
가격: 35,000원
쪽수: 624
발행년/월/일: 2011.05.30
크기: 크라운판 양장
ISBN: 978-89-337-0608-4 93940
서문
제1장 서론:  미국 예외론의 맹점
 
제1부 노동 계급  
제2장 계급의 개념
제3장 노동 과정-테일러주의를 중심으로  
제4장 주거 공간
제5장 미국 노동운동의 특색  
 
제2부 계급과 국가 
제6장 엘리트와 권력구조-파워 엘리트 논쟁에 대한 재검토
제7장 기업가-미국 기업사 연구에 관한 제언  
제8장 중산층  
제9장 노사관계의 변형
제10장 노사관계의 새로운 양상
 
제3부 미국과 세계
제11장 미국의 인종관계에 대한 새로운 이해  
제12장 미국 제국론  
제13장 세계화의 제도적 토대 
제14장 세계화, 근대화, 그리고 미국화-전후 유럽의 미국 대중문화 수용에 관한 논쟁 
제15장 세계화의 문화적 함의-한국 기업문화의 변형
 
제16장 결론: 미국 예외론의 대안을 찾아서
 
발문
참고문헌
인명 찾아보기
사항 찾아보기
2012 대한민국학술원 우수학술도서

이 책은 미국사 전공자인 저자가 미국 예외론에 관한 다양한 연구 성과를 검토하면서 미국 예외론이 지니고 있는 문제점을 살펴보고 그 대안을 모색하고 있는 연구서이다. 미국 예외론은 미국을 역사의 보편적 발전 과정에서 벗어나는 예외적인 경우로 간주하는 관념으로, 유럽인들이 아메리카를 인식하기 위해 만든 패러다임이자 미국인들이 유럽을 대상으로 자신들의 정체를 설명하기 위해 만든 이데올로기이다. 이러한 미국 예외론은 국제적인 비교나 관계를 경시할 뿐 아니라 식민주의적이고 인종주의적인 시각을 지니고 있으며 비서양 세계를 간과한다는 문제점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 예외론의 대안은 아직까지 제기되지 않고 있다. 이에 저자는 이 책에서 여러 분야에서 축적된 다양한 이론을 검토하여 미국을 바라보는 틀을 새로 만들고자 한다.

미국을 어떤 나라로 볼 수 있는가
이 책은 “미국을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 하는 물음을 주제로 삼고 있다. 이는 “미국을 어떤 나라로 볼 수 있는가?” 하는 물음과 “미국을 이해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하는 의문으로 나눌 수 있는데, 여기서는 미국이 어떤 나라인가 하는 의문을 다루면서도 그 답을 얻기 위해 어떻게 접근해야 하는가 하는 문제에 중점을 두고 있다.
“미국을 어떤 나라로 볼 수 있는가?” 하는 의문은 오래전부터 미국 문명론에서 다루던 주제이다. 그런데 미국 문명론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미국 예외론, 즉 미국을 역사의 보편적 발전 과정에서 벗어나는 예외적인 경우로 간주하는 관념이다. 이는 미국인들의 집단적 정체성에 기초를 제공한 지적 전통으로서, 시대적 상황에 따라 강조점을 바꿔 왔다. 미국혁명의 시대에는 미국이 신의 구상에 따라 자유를 찾는 사람들의 마지막 피난처가 되는 운명을 지니고 있다는 신념으로, 19세기 초 국민주의가 대두하던 때에는 미국에는 세습적인 군주제나 귀족세력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자부심으로 드러났으며, 19세기 말 계급 갈등이 심화되던 때에는 미국에는 사회주의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진단으로 이어졌고, 20세기 중엽 냉전이 심화되던 때에는 정치적 자유나 경제적 풍요를 강조하는 해석으로 바뀌었다.
미국 예외론은 그 위상이 한동안 흔들렸지만 1990년대 이후 소련이 해체되고 사회주의가 퇴조하며 세계화의 조류가 거세게 밀어닥치면서 다시 관심을 끌고 있다. 다양한 분야에서 미국의 특징을 발견하는 연구로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미국 예외론은 “미국을 어떤 나라로 볼 수 있는가?” 하는 물음을 깊이 있게 다루는 데 적합한 주제라 할 수 있다.
 

미국을 이해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예외론은 국제적인 비교나 관계를 경시할 뿐 아니라 식민주의적이고 인종주의적인 시각을 지니고 있으며 비서양 세계를 간과한다는 문제점도 지니고 있다. 따라서 미국을 바라보는 다른 틀이 필요하다. 이미 축적되어 있는 방대한 연구 성과를 체계적으로 종합할 수 있는 새로운 틀을 만들어야 하는 것이다.
대안을 모색하기 위해서는 예외론과 다른 시각을 도입해야 한다. 예외론에 내재하는 자기중심적인 시각, 즉 유럽중심적인 시각을 보완하자는 것이다. 따라서 미국 예외론에서 유럽중심주의를 찾아내고 그것을 넘어서는 일이 중요하다. 예외론은 유럽중심주의가 아메리카로 건너가서 변형된 것이다. 아메리카에서 유럽 식민지를 건설했던 사람들이 그들이 지배하는 질서와 함께 그것을 뒷받침하는 자기중심적 관념을 수립했다. 그 관념의 요체는 유럽중심주의, 한마디로 말해 유럽을 기준으로 다른 지역의 주민이나 문명을 평가하고 그에 따라 상정할 수 있는 세계적 위계질서에서 유럽이 정점을 차지한다고 보는 안목이다. 거기서 벗어나는 길은 유럽과 다른 새로운 시각을 도입하는 데서 시작된다고 할 수 있다. 저자는 아시아인의 시각, 특히 한국인의 시각으로 예외론의 대안을 모색하고자 한다. 즉, 한국이나 아시아의 제도와 문화, 그리고 그 아래에 있는 역사적 경험에 비추어 미국을 살펴보는 것, 바꿔 말해 미국을 우리 자신과 비교해 보는 것이다.
 

어떻게 하면 미국을 올바르게 이해할 것인가
이 책에서는 근대성에 초점을 맞춰 비교를 시도한다. 근대성은 매우 포괄적인 용어이지만 여기서는 주로 자본주의 경제체제와 그에 수반되는 정치적·사회적 함의를 가리킨다. 이런 의미에서 근대성은 오늘날 미국과 유럽 이외에 동아시아에서도 상당히 진전된 형태로 구현되어 있는 것으로 여겨진다. 근래에 일각에서는 동아시아의 근대성이 미국이나 유럽과 다른 형태를 띠고 있다는 점에 착안해 “다양한 근대성”이라는 개념을 사용하기도 한다. 따라서 이 책에서 저자는 자본주의에 초점을 맞추고 미국과 유럽, 그리고 동아시아에서 구현된 근대성을 비교하고 있다.
물론, 비교는 제한된 범위 안에서만 시도한다. 미국에 대한 연구 성과를 종합하면서 결함이 발견되는 경우에 한해 비교적 시각을 도입하고 있다. 저자는 종래의 연구 성과를 종합하고자 시도하는 만큼, 저자 자신의 경험적 연구보다 다른 학자들의 업적에 대한 비평에 더 많이 의지하고 있다. 더욱이 저자의 전공인 역사학을 넘어 정치학, 경제학, 사회학, 지리학 등 사회과학의 다양한 분야에서 축적된 이론에 대한 검토에 의지한다. 따라서 단일 주제에 집중하는 연구서이면서도 다양한 주제 논문들을 한데 엮어 놓은 느슨한 선집의 성격을 지닌다.
 

책의 구성과 내용
서론에서는 미국 예외론을 재검토하고 있다. 예외론에는 변함없이 유지되는 신조들, 즉 언제나 미국의 우월성에 주목하는 관념들이 있는데 그런 관념이 언제, 어떻게 형성되었는지 추적하면서 그 아래에 깔려 있는 암묵적 전제에 접근한다. 예외론은 미국을 서양이라는 범주 안에서 생각하는 틀이라는 것, 더 정확하게 말하면 미국인들이 유럽에 비추어 자신들을 바라보는 틀이라는 것을 강조한다. 그리고 그런 자기중심적인 시각으로 인해 예외론은 대서양을 넘어서는 커다란 세계를 보지 못하는 맹점을 지니고 있다는 점을 부연한다.
본론은 모두 3부로 구성되었다. 제1부에서는 근래에 미국 예외론에서 주제로 대두한 노동계급에 초점을 맞추고, 미국 노동운동의 전개과정을 살펴보며 그 특색을 파악하고 있다. 먼저 계급의 개념을 면밀하게 검토한다. 계급 개념에 관해서는 중요한 논쟁이 있었으므로, 그것을 다시 검토하면서 개념을 올바르게 이해하는 데 주력한다. 이어서 계급 개념을 생산 현장에서 형성되는 사회적 관계에 비춰 비판적으로 검토하고, 기존 논쟁에서 경시되었던 소비 현장에 주의를 환기한다. 그렇게 해서 계급 개념을 수정하고 그것을 이용해 미국 노동계급의 형성 및 변형 과정을 추적하며, 미국의 노동계급이 다른 선진국에 비해 취약한 이유에 접근한다.
다음으로 제2부에서는 엘리트와 중산층, 그리고 노사관계를 통해 미국의 사회구조를 살펴보고 있다. 역사학자들이 오랫동안 외면했던 미국 엘리트의 구성과 역사를 살펴보고 그것을 미국의 특징적인 권력구조에 비춰 설명할 수 있다고 제안한다. 또 미국의 엘리트 가운데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기업가들에게 초점을 맞추고, 이 집단을 사회사라는 넓은 맥락에서 살펴봐야 한다고 강조한다. 다음에는 중산층에 관한 연구를 비판적으로 검토하며 미국 자본주의의 발전에서 중산층이 차지하는 위상과 역할을 평가하고자 시도한다. 끝으로 노사관계에 초점을 맞춰 20세기에 일어난 변화를 추적하고, 그것을 자유주의의 확산 과정으로 이해하면서 국가의 역할에 대한 관심을 촉구한다.
제3부에서는 “미국과 세계”라는 제목을 설정하고, 미국의 사회구조와 경제체제, 그리고 생활양식을 국제적 세력관계라는 커다란 맥락 속에서 탐구하고 있다. 여기서는 주제의 성격상 사회사적 접근방법을 일부에서만 채택하고, 대체로 정치·경제적 관계에 주목한다. 먼저 인종관계에 관한 최근 담론을 면밀하게 검토하고, 인종관계가 미국 내부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라 세계질서의 일환이라는 점을 지적한다. 이어서 미국의 세계적 위상과 역할을 탐구한다. 우선 미국이 제국인가 아닌가 하는 문제를 놓고 벌어진 최근 논쟁을 검토하면서, 미국이 세계질서를 유지하는 방식에 어떤 특징이 있는지 생각한다. 다음에는 세계화로 관심을 돌려 그 제도적 토대를 짚어보면서 미국의 주도적 역할을 살펴본다. 또 유럽의 미국화에 관한 논쟁을 검토하며 미국 대중문화의 확산에 주목한다. 끝으로, 한국의 기업문화에 일어나는 변화를 살펴보며 미국이 주도하는 세계화의 문화적 파장을 생각하고자 한다.
결론에서는 예외론의 대안을 탐구하고 있다. 저자는 본론에서 전개한 견해를 정리하고, 미국이 근대 세계에서 차지하는 위상을 생각하면 미국을 예외가 아니라 극단으로 볼 수 있다고 주장한다.

많은 미국인들은 그 해답으로 미국이 예외적인 나라라 말한다. 바꿔 말해, 미국은 다른 나라에서 볼 수 없는 어떤 특별한 성질을 지니고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런 성질로 신분에 개의치 않는 사회적 평등주의, 무엇이든 자신의 힘으로 성취하려고 하는 억센 개인주의, 또는 유난히 취약한 사회주의 같은 것을 내세운다. 이런 해답은 두말할 나위도 없이 시대적 사조에 따라, 또 개인에 따라 서로 다른 강조점을 지니고 있다. 그래도 거기에는 미국이 다른 나라보다 우월하다는 의식이 공통적으로 자리 잡고 있고, 그렇기 때문에 그런 관념을 뭉뚱그려 미국 예외론American exceptionalism이라 부른다.  (서론-미국 예외론의 맹점 중에서, 23~24쪽)

세계화의 제도적 토대는 유럽에서 형성되었던 정치적 근대성을 미국이 자유주의적 방향으로 발전시킨 결과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여기서 살펴본 것처럼, 미국은 2차대전을 계기로 서부 유럽에서 동아시아에 이르는 광대한 지역을 미국 경제에 통합시키는 작업을 시작했고, 그것을 위해 수립한 국제적 제도들을 토대로 이후에 전개된 지구적 차원의 경제통합을 주도했으니 말이다.  (세계화의 제도적 토대 중에서, 447쪽)

그렇다면 미국은 “다양한 근대성”의 일환이라 할 수 있다. 이 유명한 어구는 아직도 충분히 개발되지 않은 명제이다. 학자들은 근대성의 다양한 모습을 비교해 차이점을 파악하거나 체계적으로 정리하지 못했고, 따라서 다양성에 관한 단편적 인식을 체계적 지식으로 발전시키지도 못했으니 말이다. …… (중략) …… 이런 다양성은 이해하기 어렵지 않다. 근대성은 전통과 단절된 현상이 아니라 전통 위에서 발전한 것이어서, 전통에 따라 상이한 모습을 띠기 때문이다. 구체적으로 말해 한국의 근대성에 권위주의적 전통의 그림자가 짙게 드리워져 있다면, 미국과 유럽의 근대성에는 부르주아지가 권위주의를 자유주의로 대체한 흔적이 뚜렷이 남아 있는 것이다. 더욱이 미국에서는 부르주아지의 패권이 일찍 확립되고 또 오래 유지된 덕분에, 근대성이 유럽에 비해 평등보다 자유를 강조하는 모습을 띠는 것으로 보인다. 바꿔 말하면, 미국은 “다양한 근대성” 가운데서 가장 자유주의적인 성향을 지닌다고 할 수 있다. 이는 한국을 포함해 아시아의 관점에서 볼 때 분명하게 드러난다. 그러므로 미국은 근대 세계의 극단에 자리 잡고 있다고 해도 좋을 것이다.
극단이라는 개념은 미국 예외론의 대안이 아니라 그 단서에 지나지 않는다. 위에서 언급한 것처럼, 그 전제인 “다양한 근대성”이 충분히 개발된 명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따라서 극단이라는 개념을 대안적 이론으로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미국이 근대 세계에서 지니는 특징과 위상을 구체적으로 파악해야 한다. 이것은 차후의 과제이다.   (결론-미국 예외론의 대안을 찾아서 중에서, 533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