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 일조각의 책들 > 분야별 도서목록
세계의 중심 동아시아의 역사
워런 코헨 지음 | 이명화, 정일준 옮김 |
가격: 28,000원
쪽수: 584
발행년/월/일: 2009.07.30
크기: 신국판
ISBN: 9788933705643
 
외교사 전문가 워런 코헨이 쓴 동아시아 역사서, 『세계의 중심 동아시아의 역사』는 두 가지 점에서 특별하다. 첫 번째는 저자가 자신의 전공을 살려 동아시아의 역사를 중국과 주변국들이 맺었던 정치.외교 등의 교류와 관계 속에서 파악했다는 점이다. 두 번째는 서구인이 집필한 기존의 역사서에서 보이는, 중국과 아시아를 주변부 또는 변방에 위치시키는 방식에서 벗어나 중국을 세계사의 중심, 즉 전 세계인이 중국의 문물을 구하기 위해 중국의 수도로 향하던 세계 문화의 원천이었다고 파악한다. 이렇듯 저자는 4천 년의 동아시아 역사를 씨실 삼고 중국과 주변국들의 교류와 상호관계를 날실 삼아 동아시아사라는 거대한 지역사地域史를 한눈에 들어오는 그림처럼 명쾌하게 보여준다.
저자는 본문의 첫 제목을 "태초에 중국이 있었다"로 시작한다. 여기에는 서구에서 바라보는 세상이 하느님으로부터 시작되었다면 아시아는 중국으로부터 시작된다는 의미가 담겨 있을 것이다. 또는 역사는 중국에서 시작된다는 저자의 생각을 함축적으로 담고 있을지도 모른다. 저자가 중국을 세계사의 시작이라고 평가하는 이유는 유럽에서 신석기인들이 썩은 고기를 먹어치우던 시기에 중국인들은 오늘날 국제관계의 관행으로 알려진 많은 요소들과 현대 국제정치학에서 쓰이는 현실정치Realpolitik와 무력정치Matchpolitik라는 개념을 이미 정치에서 구현하고 있었다는 점이다. 중국의 상나라와 주나라 그리고 그 뒤를 잇는 춘추전국시대의 변론가들은 국가 간의 정치적 외교적 시스템에 관해 끊임없이 논쟁하고 이론화했다. 그 결과물 가운데 하나인 『손자병법孫子兵法』이 2천 년의 세월을 넘어 오늘날에도 여전히 미국의 사관학교에서 연구되고 있으며, 세계 각국의 정책입안자들의 중대관심사인 외교정책상 주요 요소-외교정책에서 도덕의 역할, 힘의 균형, 무력사용 시기, 화해의 시기와 방법-들이 이미 그 시기 중원 지역의 국가 간 관계와 주변국들과의 관계에서 변화무쌍하게 구현되었던 것이다.
이 책은 중국에 대한 내용이 많은 분량을 차지하기는 하지만 결코 중국 혼자만이 주인공은 아니다. 6,7세기 중국 동북부와 한반도에 대한 지배를 꿈꿨던 수, 당 왕조를 물리치고 한반도와 동북 지역의 지배자가 되었던 고구려를 비롯해, 중국을 능가하는 대제국을 건설하여 670년경 당을 대신하여 중앙아시아를 지배했던 송챈캄포 황제 시절의 티베트, 수많은 중국의 침략을 끝까지 이겨내고 독자적인 길을 갔던 베트남, 인도 문화의 영향을 받아 자바에서 발전했던 힌두왕국 마자파힛, 대항해시대 이후 유럽인의 향신료 공급지로 전락, 동인도회사들의 지배를 받는 비극 속에서도 식민지에 맞서 싸웠던 동남아시아 여러 섬들, 그리고 1940년대 초 만주를 비롯하여 동남아 여러 지역을 아우르는 대제국을 형성했던 일본이 당당하게 제 목소리를 내고 있다.